카자흐스탄에 한번 꼭 가보라!!!
카자흐스탄에 한번 꼭 가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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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11.16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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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는 사람들을 붙들고 "카자흐스탄을 아십니까" 물으면 과연 몇 사람이나 "안다"고 답할까. 대부분이 지구 어디쯤에 위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게다. 사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한 술 더 떠서 투르크메니스탄.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 등등 하면 '스탄'돌림자만 머리에 들어올 뿐, 나라 이름부터 헷갈리기 십상이다. 이런 무지의 나라, 낯선 나라들을 굳이 찾아간 것은 전적으로 에너지 전쟁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에너지 전쟁이 가장 실감나게 하는 전장(戰場)은 바로 중앙아시아라고 하는데, 과연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직접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제2의 중동이라고 하는 카스피해 연안국들. 석유 매장량만 해도 중동 전체의 3분의 1이고 그 밖에 천연가스.우라늄.구리.망간 등 별의별 주요 자원이 엄청나게 묻혀 있단다. 이러니 이곳을 둘러싸고 미국과 러시아가 격렬한 힘겨루기를 벌여왔던 것이다. 게다가 최근 들어서는 중국.인도까지 나서서 죽기살기로 자원 확보 경쟁에 끼어들고 있는 양상이다.


가장 주목받는 나라는 카자흐스탄이다. 시곗바늘을 조금만 앞으로 돌려도 지극히 보잘것없는 나라였다. 그 옛날 스탈린이 조선 사람들을 강제 이주시킨 곳이 바로 중앙아시아 지역이었으며, 오죽 깔봤으면 소련이 핵실험을 하면서 하고 많은 땅 중에서 카자흐스탄을 골라서 했을까. 말이 좋아서 그 옛날의 실크로드였지, 소련 안에서도 가장 괄시받았던 허허벌판의 나라였던 셈이다. 이젠 나라 팔자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불과 10여 년 만에 카자흐스탄은 세계를 대상으로 큰소리를 땅땅 치고 있다. 본격적인 유전 개발과 함께 개방정책으로 5년째 10% 수준 경제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올해 예상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400달러라는데, 1만 달러 넘는 것은 시간문제다.


전체 인구는 1600만 명밖에 안 되지만 땅은 남한의 26배나 된다. 내 눈에 비친 카자흐스탄은 소위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국가들에 못지않는 제5의 잠재대국이었다. 인구는 적어도 자원이 넘쳐나는 데다가 강력한 리더십 아래 시장경제로의 신속한 전환속도가 한국보다도 빨랐다.


역시 석유가 말해 준다. 유명 석유 메이저들이 일찌감치 진을 치고 있음은 물론이다. 동쪽 국경을 맞댄 중국이 카자흐스탄의 나라 값을 더더욱 올려준다. 우루무치를 통해 '메이드 인 차이나'가 무더기로 쏟아져 들어오는가 하면, 최근에는 페트로카자흐스탄이란 석유 회사를 무려 42억 달러에 사들여 세계를 경악케 했다(인도는 36억 달러를 써냈다가 떨어졌다). 치열한 에너지 전쟁의 단면이다. 중국은 부족한 에너지를 메워줄 공급원으로 카자흐스탄이 안성맞춤이라고 판단, 이미 국경을 넘는 파이프라인까지 완성했다. 경쟁관계에 있는 인도 역시 유전 확보를 위해 카자흐스탄 정부 당국과 여러 형태의 물밑교섭을 벌이고 있으며, 카자흐스탄 정부 또한 중국에 대한 일방적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다원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신 수도 아스타나를 가보면 점입가경임을 실감한다. 7년째 건설로 이젠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는데, 도대체 이런 도시는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경제적 시각으로 보면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대통령궁을 비롯해 외무부.국방부 등의 건물 하나하나가 모두 거대한 건축작품이다. 돈이 정확히 얼마나 들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굳이 표현하자면 할리우드의 웅장한 영화 세트처럼 보였다. 운도 따랐다. 만약 석유값이 요즘처럼 오르지 않았다면 이 황당한 신 수도 건설 계획은 결코 성공할 수 없었다. 아무튼 신 수도 아스타나는 불모의 중앙아시아 한가운데 세워진 세계 최대 최고의 행정도시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다. 관광 삼아서라도 꼭 한번 가보길 권하고 싶다.


이장규 중앙일보 시삼디어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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