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트페테르부르크에 숨어 있는 도스토예프스키의 발자취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숨어 있는 도스토예프스키의 발자취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09.12.06 0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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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여행은 제정러시아 시절 유적과 성당 중심이다. 시간적 탓도 있겠지만, 대문호 도스토에프스키가 태어난 곳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그가 태어난 곳은 그라즈단스카야 거리 19번지다. 5층 건물 모퉁이의 움푹 들어간 벽감(壁龕)에 겨울 외투를 입은 그의 부조가 보인다. 도스토예프스키다.

'도스토예프스키 판타스마고리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이덕형 지음/산책자/2만7천원)는 여행기로 쓴 도스토예프스키 평전이다. 저자가 모순과 혼종의 도시였던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거리를 느릿느릿 산책하면서 근대적 삶의 모순을 첨예하게 드러냈던 도스토예프스키의 자취를 좇아가는 책이다.

실제로 도스토예프스키 부조 밑엔 '라스콜리니코프의 집'이란 화강암으로 만든 기념 비문이 붙어 있는데, 도스토예프스키 대표적 '죄와 벌'의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가 살던 하숙집이 이 건물 다락방이었단다.

지금은 대문호가 됐지만 스무 차례 넘게 이사를 다닌 가난한 소설가 도스토예프스키가 살았던 도시. 사악한 전당포 노파를 도끼로 죽인 가난한 대학생 라스콜리니코프가 고통과 고독으로 몸부림치며 거닐었던 도시다. 저자는 그 둘을 중첩시키면서 천천히 사색하며 걷는 지금의 도시를 현실과 허구, 과거와 현재란 서로 다른 층위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새롭게 발견한다.

상트페테르부르크란 도시는 황량한 늪지대를 1703년 표트르 대제가 유럽 바로크 문화를 이식해 인공적으로 조성한 뉴타운이었고, 그래서 유럽과 아시아, 가톨릭과 정교, 나의 것과 남의 것이 뒤섞인 이종교배의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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