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을 은행돈으로 사면 그 소유권은 누구?
보물을 은행돈으로 사면 그 소유권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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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5.29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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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황제 알렉산더 3세와 니콜라이 2세 때 만들어진 부활절 달걀의 소유권을 놓고 법정다툼이 일고 있다.

영국의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27일 제정 러시아 시대 만들어진 파베르제 달걀 소유권을 놓고 러시아 신흥재벌 빅터 벡 셀베르크와 은행 투자자 사이에 한판 법정다툼이 시작됐다고 보 도했다.

파베르제 달걀은 1884년 러시아의 황제 알렉산더 3세가 황후 마리아에게 부활절 선물로 주기 위해 공예가 파베르제를 통해 만든 달걀모양의 보석공예품. 파베르제는 알렉산더 3세와 니콜라 이 2세를 위해 30년동안 금과 은, 구리, 루비 등을 이용해 50여 개의 달걀공예품을 만들었다.

그러나 1917년 러시아 혁명 당시 파베르제 달걀은 모두 반출돼 서방의 수집가와 박물관 등이 소유해왔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4월 뉴욕 소더비시장에 파베르제 달걀 9개가 경매에 나오면서 시작된다.

러시아의 석유, 가스 재벌인 빅터 벡셀베르크는 당시 거금 1억달러(한화 1180억원)를 주고 구입, 러시아로 갖고가 크렘린 박물관에 전시했다. 러시아 정부와 국민들은 잃어버렸던 국가보물을 87 년만에 되찾았다며 벡셀베르크를 애국자로 칭찬했다.

문제는 벡셀베르크가 파베르제 달걀을 구입할 때 사용한 돈이 자기 돈이 아닌 은행 돈이었다는 것. 더구나 벡셀베르크가 파베르제 달걀을 구입하기 위해 퍼스트시티뱅크로부터 4000만달러를 긴급 대출받자, 퍼스트시티뱅크는 자금 부족 현상이 심화돼 결국 파산했다. 결국 퍼스트시티뱅크 투자자들은 벡셀베르크가 빌린 돈을 갚을 때까지 파베르제 달걀을 담보로 잡아달라고 모스크바 법원에 소송을 냈다.

투자자들은 26일 기자회견을 갖고 파베르제가 빌린 돈을 갚을 수 없다면 달걀을 나눠 소유하든지 달걀을 팔아 투자자들에게 돌려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벡셀베르크측은 “은행에서 돈을 빌린 것은 사실이지만 달걀을 돌려줄 수는 없다”고 일축했다. 은행돈을 빌려 해외 보물을 사들인 행위가 애국행위인지 부도덕행위인지 논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파베르제 달걀의 소유권은 러시아 사법당국 판단의 몫으로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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