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살고 있는 원로 한인 학자가 1864년 고려인(한인)들의 러시아 이주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한맺힌 역사를 최초로 한 권의 책에 총정리해 냈다.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산하 동방학연구소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한인 학자 보리스 박 (73) 교수가 러시아문화언론부 니콜라이 부가이(62) 민족관계부 국장과 공저로 낸 ‘러시아에서 140년간(460쪽)’이다.
보리스 박 교수는 책을 낸 28일 “평생 소원을 이뤘다”며 “고려인들이 소수민족으로 살면서 겪어왔던 파란만장한 역사를 하나하나 기록해 나가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1864년 두만강을 넘어 첫 이주할 당시의 개척사와 지난 1937년 스탈린의 강제이주 정책으로 낯선 중앙아시아로 내팽개쳐진 한인들의 수난사는 가장 비참한 역사였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우리 아버지도 1937년 9월 ‘일본 스파이’ 누명을 쓰고 총살됐으며 한 달 만에 온 가족이 강제 이주됐고, 할머니는 중앙아시아행 이주 열차에서 숨을 거뒀다”며 “당시 7살이었던 나는 나라없는 민족의 비극을 반드시 내 손으로 기록으로 남기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지난 3년간 블라디보스토크와 이르쿠츠크, 모스크바 등을 수없이 방문하면서 고려인들을 만나고, 문서보관소의 자료를 찾아 모으며 책을 썼다. 이 책은 올해 고려인 러시아 이주 140주년을 맞아 고려인협회와 한국대사관 재정 지원으로 출판됐다.
박 교수는 러시아 내 항일 독립운동사 분야 최고 권위자로 러시아 내 고려인들의 항일운동을 연구해 5권의 책을 냈다. 그는 60년 모스크바대 사범대학원서 ‘독립운동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96년에는 러시아 정부로부터 국민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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