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에이즈 비상-조심 또 조심
러시아 에이즈 비상-조심 또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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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7.19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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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에 걸린 숙련된 회계사가 생계를 위해 일자리를 찾습니다'.

지난주 러시아의 유력 일간지 '이즈베스티야'의 1면 기사 제목이다.

초등학생 아들과 유치원생 딸을 둔 35세 이혼녀가 겪은 고초를 생생하게 전한 기사였다. 이 여성은 몇 년 전 에이즈 감염 사실이 알려진 뒤 직장에서 쫓겨나고 평생 살아온 고향을 떠나야 했다.

기사 제목은 그가 절망적으로 쓴 입사 지원서의 서두를 옮긴 것이다. 그는 에이즈 환자인 직업여성과 성관계를 한 남편에게서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에서 에이즈가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1990년 대 초 수백명에 불과했던 감염자 수는 90년대 후반 급증세를 보여 2000년에는 8만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현재 러시아의 에이즈 감염자는 공식 통계로도 약 28만명에 이른다.

그러나 실제 감염자 수는 100만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향후 2년 내에 200만명까지 늘어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러시아 전체 성인 인구의 2%가 넘는 수치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러시아는 세계에서 에이즈가 가장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는 나라다.

이유는 시장경제로의 이행 과정에서 나타난 사회.경제적 혼란과 열악한 보건.의료환경 때문이다. 문란해진 성문화, 커가는 매춘산업, 늘어나는 마약 중독자, 국가 의료시스템 붕괴 등을 들 수 있다.

이 밖에 에이즈의 위험성에 대한 홍보와 교육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도 큰 문제다.

지난주 태국에서 열린 국제 에이즈 회의에 참석한 바딤 포크롭스키 러시아 연방 에이즈센터 소장은 "러시아에선 에이즈가 결핵만큼도 주의를 끌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러시아 국가두마(하원)는 최근 에이즈 예방 및 치료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룰 의원 실무그룹을 구성키로 결의했다. 대통령 직속의 전담 특사를 임명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외국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7월 초 모스크바를 방문한 '에이즈와의 전쟁을 위한 국제기금'의 리처드 피쳄 집행의장은 러시아 내 예방활동을 위해 8900만달러를 지원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피쳄 의장은 또 러시아의 젊은 에이즈 환자 치료를 위해 1억2000만달러를 추가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세계은행도 에이즈 퇴치 목적으로 러시아에 5000만달러의 차관을 제공키로 했다.

모스크바=유철종 특파원 cjyo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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