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푸틴 다차에 가기까지
노무현 대통령이 푸틴 다차에 가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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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9.22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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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다차'가 갖는 의미는 대단히 크다. 흔히 별장으로 불리지만 사실은 여름 전원주택이다. 여름 한철 채소도 키우고 휴가도 즐기고, 자연을 벗삼아 겨우내 먹을 식품도 준비하고... 다양한 의미의 다차다. 러시아 속담엔 여름에 다차에서 일하지 않으면 겨울엔 건강하게 살기 힘들다는 말이 있다. 다차에 가면 보통 웃통을 벗고 팬티만 입은 채로 채소를 키우고 밭을 읽군다. 남녀 구분이 없다. 자연햇살에 저절로 선탠이 된다. 굳히 휴가지에서 선탠을 할 필요도 없다.

여름이 짧은 러시아에서 선탠은 대단히 중요하다. 긴 겨울을 나는데 빠뜨리지 말아야 할 여름 과제다. 그래서 다차에서 일하면서 선탠을 하지 않으면 겨울에 독감에 걸려 고생하기 일쑤다. 또 다차에서 먹을 거리를 장만해 저장해두면 겨우내 넉넉하게 먹을 수 았다. 게을렸다면 음식이 떨어져 보리고개를 지내야 하니, 다차의 계절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수 있디/

일단 여기까진 전통적 다차풍속도다. 이젠 다차도 화려해지고 다양해져서 굳이 텃밭을 일구는 다차가 아닌 곳도 숱하게 많다. 그야말로 돈많은 사람들이 한철 즐기는 진정한 의미의 별장으로 변한 곳도 많다.

그렇다하더라도 개인 다차에 남을 초대하는 것은 그만큼 그 사람에 대한 정도 두텁거나 관계를 긴밀히 하고자 하는 주인의 심정을 드러낸다.

정상회담도 마찬가지여서 만약 외국 정상이 러시아를 방문해 러시아 전통 별장인 '다차'로 초대받지 못했다면 '왕따'를 당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전에는 다차로 초대받는 게 특별한 일이었는데, 이제는 초대 자체가 관행이 되다시피되니 못 받으면 물먹는 것으로 세간에 인식되는 것이다.

물론 러시아는 외국 정상을 맞아 공식 회담을 전후해 정상끼리 격의없는 대화를 위해 외국 정상을 '다차'로 초대하는 전통이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각국 공산당 최고 간부들끼리의 긴밀한 협력을 위한 자리였다. 이 전통은 소련의 역대 공산당 서기장이 만들어왔고, 공산당이 사라진뒤 대통령이 정상외교에서 가끔 활용됐다.

로이터통신 지국장을 지낸 마틴 레저키 기자는 "정상회담 전 노 대통령을 초대 한 푸틴 대통령의 개인 저택도 다차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다차에 초대되는 외국 정상은 통상 러시아 관점에서 보면 주요 국가 지도자였다고 한다. 외국 정상이라고 모두 다차에 초대되는 것은 아니다. 친교 확대와 외교적 의전을 각별히 신경써야 할 지도자만 그 대상이다.

노 대통령도 혹시 다차에 초대되지 못할까 전전긍긍하며 현지에서 그 일정을 협의해왔다. 정상회담 전날 느닷없이 노타이 차림으로 어울린 것도 일정 잡기에 그만큼 어려웠기 때문이다. 전격 회동이라는 말을 그래서 나왔다. 그 뒤에서 그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뛴 주러 한국대사관 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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