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전과 달라진 모스크바, 그 앞뒤를 살펴보니..(서경 기고)
13년전과 달라진 모스크바, 그 앞뒤를 살펴보니..(서경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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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10.04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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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전인 91년 11월 초 소련연방이 붕괴되기 바로 직전 모스크바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다시 방문하게 돼 그동안 변화된 러시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당시는 각 도시별로 비자를 받아야 했는데 이제는 공화국별로 받으면 된다든가, 경제발전을 위해 애쓴 결과 도시의 건물들이 한결 깨끗해지는 등 많은 변화를 볼 수 있었는데 긍정적인 변화와 부정적인 변화로 나눠 몇 가지씩 살펴보겠다.

긍정적인 모습 다섯 가지다.
첫째, 암달러상이 없어졌다. 전에는 암시장에서 1달러당 50루블이었으나 이제는 길거리에 암달러 장사가 없어진 것이 큰 변화다. 그때는 100달러를 암달러상에서 바꿔 2주간 식음료 비용을 지불하고도 남았었는데 이번에는 1달러당 29루블로 바꿔 썼다.

그리고 물가가 많이 올라 이번에는 예전에 비해 식음료 비용이 많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여행가들에게는 13년 전이 좋았던 것 같다.

둘째, 줄 서 있는 모습이 없어졌다. 그 당시는 맥도널드 햄버거가 소련에 진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라 맥도널드 햄버거집 앞에 길게 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이 눈에 많이 띄었는데 그런 모습이 없어진 게 달라진 점이다.

그리고 보드카 한 잔을 마시기 위해서도 줄을 서서 기다리곤 했었는데 나는 그 줄이 무엇을 위한 줄인지를 알지 못한 채 서서 기다리다가 건물 안에 들어가보고 놀랐었다. 큰 맥주잔으로 보드카 한 잔씩을 마시기 위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렸었는데 이제 그런 풍경은 더이상 모스크바에서 볼 수 없게 됐다. 사회주의 경제에서 자본주의 경제로 넘어오면서 유통시스템이 이러한 줄서기를 없앴다고 하겠다.

셋째, 거리마다 한국기업들 광고가 물결친다. 공항은 물론 모스크바의 모든 중요 거리에는 한국기업들의 광고가 물결치고 있었다. 예전에는 일본기업들의 광고가 있던 자리에 우리나라 기업들의 광고가 대신 자리잡았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적극적인 판매전략으로 이제 러시아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8개의 상품 가운데 6개가 우리 상품이라고 한다. 이 얼마나 가슴 뿌듯한 일인가. 13년 전과 비교하면 큰 변화라 해야 할 것이다. 자동차와 핸드폰ㆍ노트북컴퓨터ㆍ세탁기ㆍ냉장고ㆍMP3 등 많은 제품들의 광고가 모스크바 거리에서 물결치고 있다.

넷째, 거리의 여자들이 없어졌다. 초저녁에 200달러에서 시작해 자정이 되면 80달러까지 가격을 낮추면서 집요하게 호텔방을 찾아다니던 여자들이 없어졌다. 전에는 비밀경찰들의 묵인 아래 호텔 로비에서 진을 치고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모습들을 볼 수 없게 됐다. 어쩌면 우리나라처럼 성매매 관련 법규가 엄해지지 않았나 생각된다.

다섯째, 핸드폰을 4대나 가진 사나이의 등장. 모스코바 중심지에 있는 하얏트호텔 11층에 있는 식당에서 우리 일행은 샌드위치로 가볍게 점심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앞 테이블에서 핸드폰 4대를 식탁 위에 꺼내놓고 점심을 먹다가 그중 한 대로 걸려온 전화를 받는 남자의 모습을 봤다.

우리나라에서도 수신 전용과 발신 전용으로 2대의 핸드폰을 갖고 있는 이는 보았지만 핸드폰을4대나 가방에 갖고 다니며 사용하는 모습은 정말 진풍경이었다.

이상에서 본 변화들을 긍정적인 면이라고 할 수 있다면 지금부터는 부정적인 면 네 가지를 살펴보겠다.

국영 군수공장도 돈벌이 나서첫째, 부동산 가격의 상승이다. 최근 5년 동안 부동산 가격이 2~3배나 상승했다. 따라서 임대료도 상승해 과거에는 일정 금액을 매달 받는 연금생활자들이 좋았으나 이제는 부동산을 소유하고 임대수입을 받는 사람들이 좋아졌다고 한다.

그렇게 임대료가 올라가며 한국 유학생들이 많이 선호하는 원룸의 월 임대료가 600달러나 돼 미국의 중소도시 수준만큼 올랐다. 유학생들은 궁여지책으로 동거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이러한 부동산 시장의 변화를 보고 다른 유럽 국가들에도 부동산 가격 상승이 번질 것으로 보고 있었다.

둘째, 교통체증이 심해졌다. 그동안 차가 엄청나게 늘어나 일방통행으로 교통흐름을 개선해보려 했지만 허사인 것 같다. 모스크바도 오래된 도시라 주차장 시설의 증가 없이 자동차만 늘어나면서 교통체증이 거의 서울 수준으로 심했다. 물론 이 교통체증의 원인 가운데 하나가 기아자동차가 많이 팔린 것도 한 가지 원인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LG상사에 근무하다 현지에서 회사를 퇴직하고 현재 기아자동차 판매를 하고 있는 분은 70여명의 현지인들을 고용해 연 1만대의 기아자동차를 팔고 있어 성공신화로 여러 사람들의 입에 오르고 있었다.

셋째, 너무 심한 보안검색이다. 체첸 독립운동주의자들의 테러 때문에 공항과 호텔 출입이 여간 불편하지 않다. 특히 공항건물 가까이에 자동차를 접근시키지 못하게 해 비행장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짐을 끌고 상당히 걸어야 하고 터미널 내로 들어가기 위해 한번 보안검색을 받은 후 카운터에 체크인하면서 또 한번 보안검색을 받아야 하므로 수속시간이 많이 걸렸다.

비행장보다는 덜하지만 호텔 출입시에도 비행장에서 볼 수 있는 금속탐지시설을 통과하게 하고 또 출입문마다 보안검색요원이 근무하고 있었다.

넷째, 돈을 위해서는 탱크도 판다. 러시아 수출의 98%가 천연자원인데 앞으로는 탱크도 팔겠다고 한다. 트랙터와 탱크를 생산해온 옴스크트란스마쉬(Omsktransmash) 국영 공장은 앞으로 탱크를 아시아 국가들에 팔 것이라고 이타르타스통신이 밝혔다.

99년 국가채무 변제를 위해 남한에 33T-80U 탱크와 다른 군사장비를 공급한 것 이외에는 탱크를 수출하지 않았었는데앞으로는 T-80UK 탱크와 부품들을 수출할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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