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와 보드카의 전쟁, 이젠 맥주 장사도 끝?
맥주와 보드카의 전쟁, 이젠 맥주 장사도 끝?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04.11.02 05:57
  • 댓글 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러시아에서 맥주냐? 보드카냐는 해묵은 논쟁이다. 어차피 여름에는 맥주 겨울에는 보드카이지만 젊은 신세대들이 보드카를 회피하고 맥주를 선호하면서 맥주와 보드카의 전쟁은 이미 맥주의 승리로 굳어진 상태.

요즘 또다시 맥주와 보드카의 전쟁이 러시아 사회를 시끄럽게 만들고 있는데, 그 전모를 한게레에서 퍼왔다,


러시아 당국이 맥주 광고를 금지한 데 이어 공공장소에서 맥주 음주를 금지하는 등 ‘맥주와의 전쟁’을 벌이자 보드카 업계와 부유층의 ‘음모’라는 설이 파다하게 퍼지면서 러시아 사회가 시끄럽다.

러시아 국가두마(하원)는 지난달 29일 공공장소에서 맥주 음주를 제한하는 법안을 찬성 414표, 반대 1표의 압도적 표차로 승인했다. 이 법안은 거리, 경기장, 대중교통, 공원 등 공공장소에서 맥주를 마시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또 학교나 대학 근처에서 맥주를 판매할 수 없으며 18살 미만 청소년들에게도 맥주를 팔아선 안 된다.

앞서 러시아 하원은 지난 7월 말 맥주 광고를 밤 10시 이후에만 가능하도록 한 광고법 개정안도 압도적인 표차(재적의원 450명 중 432명 찬성)로 통과시켰다. 경기장과 선수 유니폼, 어린이·문화·의료 관련 기관 내부에서 맥주 광고가 금지됐을 뿐 아니라, 광고물 내용에 사람이나 동물, 만화 사용도 금지시켰다.

의회 쪽은 맥주가 젊은이들의 알코올 중독과 경기장 폭력을 부추기고 있다며 입법 배경을 설명했다.

당장 충격을 받은 쪽은 맥주업계다. 러시아 거리에서 젊은이들이 맥주를 들고다니며 마시는 장면은 매우 친숙할 정도로 맥주 소비의 14%가 거리에서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개정된 광고법은 사실상 효과적인 홍보를 봉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렉산드르 트로이츠키 러시아 맥주연합회 “이번 조처는 유럽에서 가장 강경한 제한”이라며 “광고를 아예 하지 말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러시아 맥주양조자연합 대표인 뱌체슬라브 마몬토브는 “거리에서 맥주를 마시는 것은 문화적으로 뒤져서가 아니라 단지 레스토랑이나 바에 앉아서 술을 마실 만한 경제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는 맥주 제조업체들의 공식 석상에서의 항변이다. 뒤에선 이번 조처가 보드카 업계의 지원을 받은 ‘마녀사냥’이라는 음모설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95년 보드카 광고가 금지되면서 맥주 소비가 급등하자, 이에 ‘배가 아픈’ 보드카 업계가 맥주에게도 똑같은 재갈을 물리도록 의원들을 매수했다는 주장이다.

또 한쪽에선 부유층이 자신들만 맥주를 마시기 위한 음모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 맥주 제조업자는 “이번 개정안은 레스토랑이나 바에서 시간을 보내며 맥주를 마실 수 있는 부유계층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애주가였던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과 달리 블라디미르 푸틴 현 대통령이 술을 전혀 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조처를 시행한 것이라는 우스개도 돌고 있다.

러시아 축구계도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러시아 프로축구연맹의 게오르기 체르단제프 대변인은 프로축구의 가장 중요한 스폰서가 맥주회사라며 “러시아 축구가 다 죽게 생겼다”고 항변했다. 연간 프로스포츠 텔레비전 광고 15억달러 중 10%가 맥주에서 나오기 때문에 스포츠 업계에선 벌써부터 2006년 추진 중인 유럽축구선수권대회 결승전이나 2012년 올림픽 유치도 곤란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반면, 시민단체들은 ‘알콜의 나라’로 이름 높은 러시아의 국민건강을 위한 ‘현명한 결단’이라고 박수를 보내고 있다. 러시아 사람들의 1인당 연간 맥주 소비량은 1996년 14.6ℓ였던 것이 지난해 55ℓ까지 급상승했다. 대도시인 모스크바와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경우 75ℓ에 이른다. 중국, 미국, 독일, 브라질에 이은 세계 5위의 맥주소비를 자랑하고 있다. 맥주소비 성장의 기여자는 젊은이들로, 지난 5년 동안 젊은이들의 맥주 소비가 두배로 뛰어 중국 다음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을 뿐 아니라, 젊은이들의 알콜 중독 역시 두배로 늘었다.

러시아 당국은 보드카에 이어 맥주마저 강하게 규제하는 이유로 ‘국민건강’을 명분으로 들지만, 사실 그 이면을 들춰보면 술과 러시아 정부의 오랜 밀월관계를 깨뜨리기 위한 것이다.

러시아인들의 과음 습관은 과거 제정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러시아 황실은 재정 확보를 위해 술 생산을 독점하면서 술집을 장려해 막대한 세금을 거둬 들였다. 러시아 주민이 스스로 음주 파탄에서 벗어나기 위해 금지 법령을 청원했지만, 황실은 재정 문제를 우려해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술을 장려해 손쉽게 재원을 마련하려는 황실의 관행은 러시아 정부에도 이어져 결국 국민들의 음주 습관을 내버려두었고 이는 ‘보드카의 나라’라는 명성으로 남게 됐다.

최근까지 국영기업이었던 로스피르트프롬는 러시아 안 85개 물 및 술 제조업체의 주식을 보유해 러시아 전체 물과 알콜의 40%, 60%를 관리해 왔으며, 이 회사의 가치는 약 100억달러(약 11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됐다. 러시아 당국이 대부분의 술 제조업체를 관리한 셈이니, 술 소비는 당연히 국고와 연결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러시아가 왜 갑자기 술과의 전쟁을 벌이게 됐을까? 현지 언론들은 러시아가 오일 달러를 벌어 들이면서 굳이 국민건강을 해치면서까지 세금을 거둬 들일 필요가 없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지난 1995년 보드카에 대한 광고 및 소비를 규제해 실질적인 보드카 소비 감소를 이끌어낸 러시아 당국은 지난 7월 말 로스피르트프롬도 민영화하는 법령 개정안을 통과시켜 정부와 업계와의 공식적인 밀월관계도 청산했다.

강김아리 기자 ari@hani.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5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술이 왼수 2004-11-03 00:06:47
러시아가 여름이 되면... 길거리에 맥주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보입니다. 저는 솔직히 길거리에서 러시아 사람들이 맥주 먹는 걸 반대하는데요...
왜냐면... 그 사람들 맥주병 들고 먹다가... 기분나쁘면 외국인들..특히 동양인들 후려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저는 길거리에서 맥주 먹는 사람들 보면 멀리 피해다닙니다...

술이 왼수 2004-11-03 00:06:47
러시아가 여름이 되면... 길거리에 맥주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보입니다. 저는 솔직히 길거리에서 러시아 사람들이 맥주 먹는 걸 반대하는데요...
왜냐면... 그 사람들 맥주병 들고 먹다가... 기분나쁘면 외국인들..특히 동양인들 후려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저는 길거리에서 맥주 먹는 사람들 보면 멀리 피해다닙니다...

술이 왼수 2004-11-03 00:06:47
러시아가 여름이 되면... 길거리에 맥주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보입니다. 저는 솔직히 길거리에서 러시아 사람들이 맥주 먹는 걸 반대하는데요...
왜냐면... 그 사람들 맥주병 들고 먹다가... 기분나쁘면 외국인들..특히 동양인들 후려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저는 길거리에서 맥주 먹는 사람들 보면 멀리 피해다닙니다...

술이 왼수 2004-11-03 00:06:47
러시아가 여름이 되면... 길거리에 맥주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보입니다. 저는 솔직히 길거리에서 러시아 사람들이 맥주 먹는 걸 반대하는데요...
왜냐면... 그 사람들 맥주병 들고 먹다가... 기분나쁘면 외국인들..특히 동양인들 후려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저는 길거리에서 맥주 먹는 사람들 보면 멀리 피해다닙니다...

술이 왼수 2004-11-03 00:06:47
러시아가 여름이 되면... 길거리에 맥주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보입니다. 저는 솔직히 길거리에서 러시아 사람들이 맥주 먹는 걸 반대하는데요...
왜냐면... 그 사람들 맥주병 들고 먹다가... 기분나쁘면 외국인들..특히 동양인들 후려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저는 길거리에서 맥주 먹는 사람들 보면 멀리 피해다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