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축구팀도 우리 처럼 정치 바람 탄다니..
우크라 축구팀도 우리 처럼 정치 바람 탄다니..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05.01.09 0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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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축구협회장의 권위에 대해 일부 감독 출신, 해설자 출신 축구인들이 도전을 하고 나섰다. 축구협회장이란 자리가 우리에겐 한마디로 정치적인 자리다. 돈도 있어야 하지만, 정치권과 관계도 좋아야한다. 근데 정몽준회장은 잘 알다시피 노무현 대통령과 그렇고 그런 사이다. 그리고 노무현 정권이 들어선뒤 기존의 권위에 대해 야인 성격 혹은 시민단체적 성격을 지닌 단체들이 도전에 나섰다. 의도적인 느낌이 강한, 시민단체=노무현 이라는 등식에서 볼때 정몽준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한 느낌이 강했다.

이번 축구협회장 선거에 나서겠다는 몇 사람의 의도도 그런 맥락에서 이뤄진 것일게다. 사실 스포츠구단 혹은 협회이라는 게 돈이다. 돈이 없는 사람은 협회를 이끌 수가 없다. 그래서 옛 독재정권 시절부터 반 강제적으로 재벌회장들에게 협회를 맡겼다. 이제 그 체제를 무너뜨리려고 하는데, 돈없이 축구협회를 어떻게 꾸려나갈지..아마 권력을 비판하겠다는 일부 시민단체가 오히려 재벌이나 정부로부터 돈을 뜯어내는 것처럼 그렇게 할 생각인지..모르겠지만 제대로 가는 방향은 분명 아니다. 아주 이중적인 구조이니까. 겉으로는 돈과 권력을 비판한다고 하면서 뒤로는 그쪽을 위협해 돈을 뜯는 그런 몰지각한 일부 시민단체를 이야기 하는 것이다.

이런 정치적 성향의 시민단체와 마찬가지로 스포츠협회도 어쩔 수 없이 정치와 관련을 맺게 되는데, 그 수준은 아마 지난 연말 오렌지 혁명을 일궈낸 우크라이나도 마찬가지 인듯하다.

우크라이나는 독일 월드컵 유럽지역예선 2조에서 승점 11점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 해 유럽최우수선수에 선정된 ‘득점기계’ 셰브첸코와 우크라이나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인 올레그 블로킨 감독을 축으로 사상 최초의 월드컵 본선진출을 꿈꾸고 있다.

지난 해 8월 친선경기에서 잉글랜드에게 패한 뒤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11월 17일 셰브첸코가 두 골을 넣는 활약속에서 2002 월드컵 4강팀 터키를 3대0으로 제압했다. 1975년 유럽최우수선수상을 받은 스타출신의 블로킨 감독은 경기후 기쁨을 억제한 채 “우리는 이제 (월드컵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다.

블로킨 감독은 “셰브첸코가 심각한 다리부상을 당했지만 출장을 자처했다”며 셰브첸코의 투혼을 높이샀다.

이탈리아 세리에 A에 1백골 고지를 돌파한 셰브첸코는 페널티박스에서 가장 위협적인 스트라이커로 손꼽힌다. 특히 골을 만들어 내는 동물적 감각에서는 최고라는 평가다.

여기서 정치적인 제스처가 나온다. 아마 총리이자 대선 여당 후보인 야누코비치가 압력을 가했을 것이다. 국민적 영웅인 축구선수에게 자신을 지지하는 발언을 해달라고 말이다. 그래서 셰브첸코는 경기직후 여당후보 야누코비치를 지지하는 TV에 출연했다. 반면 레브로프는 오렌지 색 완장을 차고 나와 대통령에 당선된 유시첸코를 지지하는 듯했다.

물론 셰브첸코는 나중에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민주주의를 쟁취할 만하다. 대통령후보 유시첸코가 주도하고 있는 오렌지 혁명에 매우 기쁘다"고 밝혔다.

구 소련의 전통이 그대로 남아 있는 우크라이나는 스포츠선수들을 정부의 도구로 봐왔고 선수들은 군대처럼 조국을 위해 싸워야 한다는 의식을 갖고 있었다.

축구는 더욱이 석유재벌들과 정치인들을 연결해 주는 매개체 역할을 했다. 한 예로 우크라이나 최고 명문팀 디나모 키에프의 구단주이자 석유재벌인 수르키스와 라이벌 팀 도네츠크 구단주 아크메토프는 친 러시아계 여당후보 야누코비치를 자금지원을 해주는 등 적극지지했다.

수르키스와 한통속인 블로킨 우크라이나 감독이 터키 원정경기에서 이긴 뒤 “이번 승리를 친 러시아계 여당후보 야누코비치에게 바치겠다”는 말을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통령에 당선된 유시첸코는 “우크라이나에서 축구는 정치적인 경기로 전락했다.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이런 사실이 가슴이 아프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2002년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하며 국민적 성원을 받았지만 독일에게 패해 아쉬움을 남겼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유시첸코의 ‘오렌지 혁명’이 축구장에서도 힘을 발휘해 우크라이나가 최초로 월드컵 본선진출 하기를 기대하고 있다.(프레스인 일부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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