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러시아에선 권력이 곧 돈이다
여전히 러시아에선 권력이 곧 돈이다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05.02.11 0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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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도 러시아와 구 소련권에서는 권력이 곧 돈이다.

러시아 경제 전문지 피난스가 최근 발표한 러시아 갑부 468명의 명단을 보면 러시아는 아직도 돈이 권력을 따라다니는 전형적인 정치중심주의 국가인 것으로 드러났다. 갑부 명단에는 자치공화국 대통령과 주지사는 물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이나 상·하원 의원이 대거 포함돼 있다.

물론 그 명단을 보면 갑부의 순위도 권력에 따라 부침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옐친 전 대통령 시절 부를 쌓았던 전형적인 올리가르히는 죽을 쑤고 있고, 푸틴과 함께 권력대열에 선 사람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까지 러시아 최고 부자로 군림했던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 전 유코스 회장과 베레조프스키가 있다. 호도르코프스키는 109위로 내려앉았다. 푸틴 대통령과의 갈등 끝에 탈세 혐의로 1년 넘게 감옥에 갇혀 있는 호도르코프스키는 최근 유코스가 공중분해되면서 거의 빈털터리가 됐다. 베레조프스키는 16억달러로 26위를 달렸다.

베레조프스키, 해외로 추방된 블라디미르 구신스키와 함께 옐친 정부 시절 잘 나갔던 블라디미르 포타닌(전 부총리) 인테로스 그룹 회장은 42억8천만달러로 10위를 유지했다.

같은 올리가르히 출신이면서도 크렘린과의 갈등을 피하며 실속을 챙겨 온 로만 아브라모비치 추코트카 주지사가 115억4000만 달러(약 11조9785억 원)의 자산으로 러시아 최고 거부 자리에 올랐다. 시브네프티 정유사 대주주인 그는 영국 명문 축구단 첼시의 구단주이며 주지사로 면책특권까지 갖고 있다.

2위는 알루미늄 독점 기업인 '바조브 엘레멘트' 회장인 올레그 데리파스카(38)로 83억5천만달러, 3위는 81억달러의 미하일 프리드만 알파그룹 회장으로 나타났다.

특히 원유 등 에너지 기업 대표들이 부자 대열에 많이 오른 가운데 정보통신업체인 MTC의 대주주이자 '시스테마' 회장인 블라디미르 예브투셴코프 회장이 6위(60억달러), 보드카 제조업체인 '루스키 스탄다르트'의 루스탐 타리코 회장이 41위(8억7천만달러)에 올랐다.

피난스에 따르면 10억달러 이상 갑부는 지난해 25명에서 39명으로 늘어났다.

최연소자 부자는 180위(1억1천만달러)를 차지한 니콜라이 스몰렌스키(23)로 그는 최근 자동차 업체인 영국 TVR을 인수해 회장으로 있다. 그는 'SBS-아그로방크' 창립자인 알렉산드르 스몰렌스키의 아들이다.

부자 명단에 오른 갑부 중에서 수십명이 자치공 대통령, 주지사, 상원의원 등 권력과 가까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때 현대자동차 딜러였던 칼미크 공화국의 키르산 일륨지노프 대통령 등 3명의 자치공화국 대통령이 대표적. 이들은 해당 지역에서 제정 러시아 황제 못잖은 절대 권력을 누리고 있다.

또 러시아 두마(하원)의원 22명과 상원의원 11명도 억만장자 대열에 합류했다. 대부분 여당의원이다. 이들은 면책특권으로 자신의 사업을 보호하기 위해 정치에 뛰어든 부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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