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복권에 나온 도스토예프스키 '도박 이미지' 씻는다
로또 복권에 나온 도스토예프스키 '도박 이미지' 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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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2.11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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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의 이미지를 반드시 씻고야 말겠다.”

소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로 유명한 러시아 대문호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1821~1881)의 명예를 지키려는 후손들의 집념이 대단하다.

지난해 9월 발행을 시작한 러시아의 스포츠 로또 복권 ‘체스나야 이그라’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1장에 50루블인 로또 복권은 10개의 숫자를 모두 맞힐 경우 승용차나 15만루블을 제공한다.

이 로또는 러시아 전쟁영웅 파자르스키를 1회 복권 표지 모델로 쓴 데 이어 2회 복권 표지 모델로 도스토예프스키를 등장시켰다. 지난 10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도스토예프스키 모델 복권은 11월 14일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이 복권이 발행된 뒤 도스토예프스키 후손들 사이에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급기야 유족 대표인 증손자 드미트리 도스토예프스키씨는 최근 로또 복권 발행사를 상대로 20만루블(약 728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생전 도박꾼의 악명을 뒤집어쓴 할아버지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차원이었다.

하지만 로또 복권 발행사측은 1872년에 그려진 작가의 초상화를 사용한 것은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술 더 떠 도스토예프스키보다 더 유명한 엘리자베트 여제(女帝), 알렉산드르 1세 황제 등을 등장시켰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후손들은 도스토예프스키 하면 도박을 연상할 정도로 생전에 도박에 탐닉했던 할아버지의 이미지를 더욱 악화시켰다며 민감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도스토예프스키는 룰렛에 빠져 가산(家産)을 탕진하는 등 기구한 인생을 경험했다. 그 경험은 소설 ‘노름꾼’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모스크바=정병선특파원 [ bs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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