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점으로 돌아가려면 발길을 돌려야 할 때가 됐지만 욕심이 난 그는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해가 많이 기울어서야 퍼뜩 정신을 차린 바흠은 있는 힘을 다해 뛴 끝에 가까스로 떠났던 곳에 도달했으나 탈진해 죽었다. 결국 그가 차지한 땅은 자신이 묻힌 묘지 몇평이었다. 톨스토이 민화집에 나오는,‘사람에게는 얼마 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라는 저 유명한 이야기.
이는 물론 우화이지만 사람들의 땅 욕심은 한이 없다. 그러다보니 땅은 가장 확실한 투자·투기 대상이 돼버렸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경우 땅값은 무지막지하게 올랐고, 지난해 5월 EU에 가입한 체코 폴란드 헝가리 등 동유럽 나라들의 경우 벌써 부동산 값이 크게 뛰었다. 외국인들의 돈이 몰려들었기 때문.
땅 투기에 관한 한 한국인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지난해 건설교통부가 땅투기 혐의자 3만여명에 대해 국세청에 세무조사를 의뢰하면서 일부 투기 사례를 공개했을 때 한 국내 언론이 ‘대한민국은 땅 투기 공화국임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고 썼을 만큼.
당시 건교부 자료에 따르면 땅 투기는 크게 세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6개월간 65차례나 땅을 산 ‘중독형’과 한번에 10여만평씩 사들인 ‘큰 손형’ 그리고 미성년자를 앞세운 ‘대리형’.
바로 이 대리형 땅 투기 현황이 밝혀졌다. 행정자치부 내 부동산정보관리센터의 분석 결과 10세 이하 어린이 소유 1200만평을 포함해 20세 이하 미성년자들의 땅이 전국적으로 5400만평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난 것. 평생 뼈빠지게 일해봤자 땅은커녕 변변한 집 한칸 마련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현실에서 씁쓸한 통계이지만 어쩌랴,바흠의 이야기로나 위안을 삼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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