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버려진 개때문에 보신탕을 부러워한다?
러시아는 버려진 개때문에 보신탕을 부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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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2.24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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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개 사랑은 유별나다. 살아본 사람은 다 안다.

중앙일보 유철종특파원이 느끼는 모스크바의 개사랑은 어떨까? 한국처럼 버려진 개때문에 심각한단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가 집 없는 개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주인 없이 길거리에 버려진 개가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현재 모스크바에는 버려진 개가 8만~10만마리에 달한다. 25만마리가 넘는다는 주장도 있다.

대부분은 개혁의 와중에 먹고살기가 힘들어진 주민들이 집에서 키우다 내다버린 개다. 이들끼리 번식해 태어난 2세도 많다. 어떤 경우든 적자생존의 법칙에 따라 가장 영리하고 공격적인 개들만이 살아남았다.

문제는 이처럼 대규모로 늘어난 개가 도시 생활을 심각하게 위협할 정도가 됐다는 것이다. 거리를 떼지어 몰려다니며 차량 운행을 방해하거나 집단으로 짖어대며 행인을 위협하고 있다. 심지어 어린아이나 노인을 공격하는 사례까지 있다.

폭설이 계속되는 겨울철엔 먹이를 구하기가 힘들어져 사람을 공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아직 심각한 인명 피해는 없다. 하지만 이대로 방치할 경우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시내 자연공원에 서식하고 있는 사슴.고슴도치.토끼.개구리 등을 잡아먹어 멸종시켰다. 이 때문에 생태계가 위기 상황에 이르렀다는 생물학자들의 지적도 나오고 있다.

얼마 전엔 일부 주민이 야외 주차장에 침입한 개 떼를 사냥총으로 사살한 것이 문제가 됐었다. 동물보호단체들이 항의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현재 법률은 버려진 개들을 주민이 직접 사살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현재로선 마땅한 대책이 없다. 한때 철저했던 시(市)당국의 부랑견(浮浪犬) 관리는 유명무실해진 상태다. 개들을 보호시설에 수용하고 필요할 경우 사살.폐기할 돈이 없기 때문이다. 당국은 "개 한 마리를 먹이는 데 하루 2달러(약 2200원)가 든다"고 어려움을 호소한다. 시 공무원들은 보신탕을 먹는 한국 사람들을 부러워할지 모른다.

유철종 특파원 cjyo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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