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헷갈리는 러시아 언론 어제 오늘이 아니다
남북한 헷갈리는 러시아 언론 어제 오늘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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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3.03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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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사람들에게 카레아라면 북한이라는 인식이 깊게 심어져 있다. 한국 사람이 처음 들어간 뒤 늘 유즈나야 카레아라고 해야 했다. 아니면 세베르나야(북쪽) 카레아라고 이해하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을 만날때는 다르다. 벌써 차림새가 다르기 때문이지만, 전화로나 처음 대하는 사람에게 반드시 유즈나야(남쪽)을 넣어야 했다.

벌써 몇년도 더 된 이야기인데, 아직도 러시아에서 남 북한을 혼동하는 일이 일어난 모양이다. 그것도 러시아 사람이 아닌, 모스크바 주재 서방 어논에서,

언론에 따르면 1일 러시아 모스크바 주재 한국대사관 무관부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하루 전날 프랑스 AFP통신 모스크바 지국이 "정수성 대장이 이끄는 북한군 대표단이 28일 러시아 극동 하바로프스크를 방문했다"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모스크바에 있는 AFP는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을 인용해 "스탈린식 국가에서 온 대표단이 러시아 장병들의 훈련을 참관하고 러시아 무기를 직접 시험하는 기회도 가질 것"이라고 전했다. 통신은 "러시아와 북한 간 군사협력은 소련 붕괴 이후 한동안 침체됐었으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집권 이후 양국 관계가 다시 활성화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아마 인테프팍스 통신의 러시아어를 러시아 출신 현지채용 기자가 영어로 북한으로 번역했을 것이다. 하바로프스크에 있는 인테르박스 통신 기자는 한국을 카레야라고 했을 것이고, 아니, 어디 뒷쪽쯤에 서울이나 유즈나야 라는 단어가 있었겠지만, 이미 머리속에 박힌 카레아는 북한이라는 인식이 그런 결과를 낳게 했을 것이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정황이다.

문제는 한국에서 터졌다. 우리나라 통신사인 연합뉴스가 AFP 기사를 받아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이 기사를 접한 우리 육군에서 난리가 났다. 하바로프스크를 방문한 것은 북한군 대표단이 아니라 우리나라 육군 제1야전군 사령관 정수성 대장이었기 때문이다. 한.러 군 교류 차원에서 매년 하는 상호 방문 행사였다.

육군의 연락을 받은 주러 한국대사관 무관부는 부랴부랴 사실 확인 작업에 나섰다. 혹시 북한군 대표단이 같은 시기에 러시아를 방문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이는 AFP통신 모스크바 지국이 인테르팍스 통신 기사에 나온 한국을 북한으로 잘못 이해한 것임이 드러났다.

대강 이런 스토리다.
중앙일보 유철중특파원에 의하면 지난달 11일 러시아 제2도시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한국 유학생들이 극우민족주의자들에게서 심한 폭행을 당했을 때도 일부 러시아 언론은 "북한 유학생이 스킨헤드족의 칼에 맞았다"고 보도했다고 한다. 이 오보 때문에 현지 교민들 사이에선 "한국 학생과 북한 학생이 동시에 공격을 당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보도가 나오게 된 동기나 정황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러시아 언론의 오보가 잦은 데 대해 교민들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스킨헤드에 맞았다던가 하는 소문이 돌면 모스크바 교민사회는 발칵 뒤집히기 마련인데, 그게 북한과 한국을 혼동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결국은 모스크바 주재 한국대사관이 비판을 당한다. "현지 언론을 상대로 적극적인 홍보를 펼치지 않은 탓"이라는 것이다. 특파원의 결론이나 운영자의 생각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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