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문화유산-독서하는 습관(펌)
러시아 문화유산-독서하는 습관(펌)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05.03.07 0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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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들에게 가장 길러주고 싶은 습관은 단연 독서 습관이다. 독서의 신비는 곳곳에서 나타난다. 몇 년째 매주 토요일이면 몇몇 문인과 성경 공부를 하고 있는데,그 중 독서광을 뽑으라면 소설가 서영은 선생님이다. 선생님은 출판사에서 보내오는 책은 물론 각종 심사에 올라온 원고들을 공부 삼아 취미 삼아 박스째 읽어치운다. ‘성경의 심오한 문장에 어스름한 눈을 뜨고 산 아래 있는 우리들을 놔두고 선생님은 산모퉁이를 휙 돌아서듯 의미를 찾아내곤’ 한다. 물론 세월이 준 경험과 역경이 새겨놓은 눈빛도 있겠지만,많은 독서에서 나온 연륜이다.

독서의 습을 이야기할 때면 그림처럼 떠오르는 풍경이 또하나 있다. 소설가 송영 선생님이 러시아에 체류할 때의 이야기다. 어느날 저녁 러시아 음악가의 집에 저녁식사 초대를 받았다. 러시아의 보드카와 오래된 가구,정갈하고 차분한 저녁식사가 어우러져 촛불의 불꽃처럼 한참 분위기가 무르익어갈 즈음이었다. 식사를 초대했던 주인이 송영 선생님께 가까이 다가와 잠시 양해를 구하더란다. “미안하지만,30분만 시간을 내줄 수 있겠습니까. 우리 손녀에게 책을 읽어줄 시간입니다.”

송영 선생님은 그때 받은 문화적 충격을 잊을 수 없었다고 전하셨다. 저 멀리 동양에서 소설가 손님이 왔음에도 불구하고,또한 저녁식사 자리는 그 자리를 떠나고 싶지 않을 만큼 음악과 인생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에 젖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녀에게 물려줄 유산(습)이 있다면 이보다 더 큰 것이 어디 있겠는가.

독서를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은 당장은 표가 나지 않지만,아주 중요한 시점에서 독서의 힘은 발휘된다. 부모들이 그렇게 애타하는 입시 앞에서,또 우리들이 그렇게 찾아 헤매는 진리 앞에서 독서의 힘은 무섭게 나타난다.

한순(나무생각 출판사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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