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자동차 책임보험을 가입했더니..
러시아에서 자동차 책임보험을 가입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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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10.25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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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가 안 좋기로 유명한 러시아에서 교통사고가 유난히 잦은 것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자동차 보험제도가 발달됐을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하긴 우리나라 자동차가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무보험 차량이 적지 않다. 책임보험은 그야말로 최소한의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보험이지만 그마저도 가입하지 않고 다닌다고 한다. 그래서 교통당국은 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차량은 적발즉시 번호판을 유치하는 방안도 고려중이라고 한다.

우리가 이럴진데, 러시아는 오죽할까? 자동차 보험은 자기가 가해자이거나 스스로 피해를 입혔을 때 보상을 받는 게 기본이지만, 러시아 초창기는 남이 나에게 입힌 피해(내가 피해자인데)도, 상대가 나에게 피해보상을 해주지 않을 경우 보험금을 받는 보험이 유행했었다. 그만큼 러시아인 차량들이 사고에 대책없이 다닌다는 뜻이다.

하여튼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최소한의 피해 보상을 위한 자동차 책임보험제도가 2년전에 도입됐다. 하지만 그런 관행은 쉬 바쒸지 않았고, 오히려 의무적으로 책임보험에 가입토록한 것은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그 결과 시민들이 보험제도 전반에 대해 불신을 갖게 됐다.

지난 7월 책임보험의무제 시행 2주년을 맞아 ‘전러시아여론조사센터’가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66%가 책임보험은 별 효용이 없거나 대답하기 곤란하다고 답했다. 특히 한번쯤 교통사고를 겪었던 응답자들의 46%가 보험사의 서비스에 불만족을 표시했다. 또 지난 상반기 ‘아베스트’ 등 5대 중견 보험사의 영업인가가 취소되고 이 회사들과 보험계약을 맺은 고객들의 보험증이 휴짓조각으로 전락하는 사태가 발생해 보험계를 긴장시켰다. 책임보험의무제 법안에는 보험사의 파산이나 도산시 ‘러시아자동차보험협회’ 기금에서 소비자 보호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영업인가 정지에 관한 규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책임보험에 대해 별반 효용을 느끼지 못하는 데는 보상금 받는 절차가 까다롭다는 점도 작용했다. 그러다 보니 중도에서 보상금 받기를 포기하거나 사고가 나더라도 예전과 같이 당사자끼리 대충 합의해 현장에서 해결한다. 사고현장에 합류한 교통경찰도 서류작성 등 귀찮은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보니 대개는 당사자간 해결을 유도한다. 결국 가입자들 중 다수는 보상금을 제대로 받지 못할 것이라는 가정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한 보험회사는 “인고스트라흐는 항상 지불합니다”라고 광고한다.

보험사들의 자체 통계를 평균해 보면 10월 현재 차량 보유자의 85% 정도가 책임보험에 가입돼 있지만 대부분 자발적 보험 가입자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보험에 가입한 이들이다.

자발적 보험가입률이 현저히 저조하자 러시아 교통당국은 2003년 하반기 6개월 동안을 계도기간으로 선정하고 2004년 2월1일부터는 본격적인 강제단속에 나섰다. 무보험 차량에 대해선 차량 종류에 따라 1년 보험료의 40%에 해당하는 500~800루블(20~30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단속 초기 차량 상태가 나쁜, 소득 수준이 중하층인 이들의 러시아산 차량이 주요 타깃이 됐다. 이들 대부분은 속칭 ‘나라시’라고 부르는 개인택시 영업으로 그날그날 벌어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하루 평균 1천루블 정도의 수입을 올리면 그중 대부분을 경찰에 ‘상납’한다.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로 그렇지 않아도 부수입이 짭짤한 경찰들의 배만 잔뜩 불리게 됐다”는 불평이 여기저기서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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