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울린 백학가수 코브존
고려인 울린 백학가수 코브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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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2.07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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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곳은 3년전 체첸 반군들이 희망을 앗아갔던 비극의 현장인데, 오늘 고려인 여러분들이 이 무대에서 벌인 한국 노래 잔치판이 잃어버렸던 러시아의 희망을 되살렸습니다.”

4일 모스크바 동남부 두브로브카 거리 문화궁전. 체첸 반군들의 인질극으로 300여명이 사망했던 이 극장 무대에, 드라마 ‘모래시계’ 주제가 ‘백학’을 부른 가수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러시아 국민가수 이오시프 코브존(68)이 올랐다. 한인들 앞에 선 그의 얼굴은 격정으로 휩싸여 있었다.

그는 이날 러시아의 고려인 단체 ‘민족문화자치회’가 고려인들에게 한민족 뿌리를 알게 하자는 취지로 마련한 한국어 노래대회에 심사위원으로 초청받았다. 하지만, 무대에서 그는 예정에도 없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무반주로 시작된 그의 노래 공연은 30분 동안 이어졌다. 코브존의 노래는 고려인들에게 크나큰 감동을 주었다. ‘백학’과 ‘희망가’를 부를 땐 자연스럽게 청중석 고려인들과의 큰 합창이 되었다.

러시아 하원(두마)의원이기도 한 그는 “3년 전 바로 이곳에서 테러리스트들이 극장을 점거했을 때 저는 그들과 협상에 나서 어린이들과 부녀자들을 석방시킨 적이 있다”며 “이 뜻깊은 장소의 의미를 되새기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코브존은 “내 어머니도 2차대전 당시 여러분 부모님들과 함께 우즈베키스탄 집단농장에서 함께 일하셨다”며 “내 가족사 역시 고려인들과 함께 한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해 고려인들을 열광시켰다.

그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고려인들에게 늘 애정을 갖고 있다”며 “유대인인 나 자신도 고려인들처럼 소수민족의 설움을 견디며 자수성가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모스크바=정병선특파원 [ bs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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