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의 루스끼(2)
유럽에서의 루스끼(2)
  • 바실리~섬
  • hanyou007@hanmail.net
  • 승인 2006.05.13 09:35
  •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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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극장 부근의 갤러리 라파에트 백화점 앞을 늦은 밤이나 아침 일찍 지나다보면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노숙자의 대부분이 동구권에서 온 사람들인데,그 속에서 루스끼를 발견하는 것 역시 어렵지않은 일이 되었다.
그럼에도 가장 빨리 그곳의 무리로부터 벗어나 독립하는 이들이 루스끼라는 사실도 놀랄만한 생존력임을 볼 수 있다.
필자와 만난 한 젊은 루스끼'빠샤'를 처음 봤던 곳이 이곳이었는데,
불과 몇 주만에 시내 중심에 있는 '폼피두 도서관'에 있는 자판기 앞에서 였다. 빠샤는 여행비자(3개월체류허가)로 러시아를 도망치듯 나와서 파리까지 유로라인버스에 몸을 싣곤 3박4일간의 긴 여정을 통해 입국했다.
3개월이 지나자 노숙을 시작했고 생존을 위해 막노동을 시작하며 프랑스 적응을 시작했다.
일이 없는 날에는 어김없이 폼피두도서관에 와서 컴퓨터 또는 어학학습기를 통해 프랑스어를 독학하는 일도 쉬지않았다.
또 당당히 불법체류임을 자수하여 친절한 프랑스정부로부터 월200유로의 지원과 의료치료를 받고 약속된 장소에서 배식을 받으며 여러 명이 한 방에 잠자는 곳을 얻어 삶의 바닥부터 일어서는 단계를 밟고 있다.
그 뒤 4개월뒤에 만난 빠샤는 프랑스어가 부쩍늘어 필자와 불어로 대화를 주고 받을 정도가 되어있었다.
(발음은 엉망이었지만, 현지적응을 위해 막노동판과 여러 잡일들을 통해서 얻은 살아있는 불어를 자기의 것으로 익혀온 것이다)
벌써부터 자신혼자서 잠잘 수 있는 독방을 얻을 정도의 생활능력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정부의 도움으로 자신이 공부했던 문학을 이곳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학교에 입학허가서를 내고 있는 중이었다.

한국인은 대게 유학원을 통해 은행잔고증명(천만원정도)을 받은 뒤, 유학비자를 받아 어학원을 수순으로 입학을 하며 송금증명서를 모아놨다가 경시청에서 체류증연장을 위해 순수한 학생(취업목적이 아닌)으로 증명이 되어야만 체류를 계속할 수 있는 수순과는 비교도 안되는 현지 적응력임에 혀를 내눌렀다.

물론 모든 루스끼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척박한 러시아땅에서 벗어나 유럽에서의 성공을 꿈꾸는 한 루스끼의 삶을 보면서 그들의 생존을 향한 눈빛을 이해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하지만, 루스까야는 나에게 많은 실망감으로 다가온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많은 루스까야가 외모의 아름다움으로 쉽게 유럽땅을 밟고 있지만,
그들이 꿈꾸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모델이나 연예계보다는 스트립걸 또는 매춘부로 살아가는 이들로 전락하는 모습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는 동일한 모습을 이곳에서 다시금 확인하는 안타까움이었다.
특이하게도 루스까야들은 자신이 루스까야라는 사실이 노출되는 것에 굉장한 불쾌감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유럽남자와의 결혼으로 자신의 모국을 송두리채 바꾸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치 않는 모습을 많이 보이는 안타까움이다.
그래서 그런지 필자와 만난 루스까야들의 불어수준은 상당한 편이다.
(발음에서 표가 나긴하지만...)

러시아어권의 '우크라이나 여인'의 모국사랑과는 판이하게 다른 그들만의 국가란 어떤 나라이기에 이런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오는 것일까?
생각이 복잡해진다.
전세계 어딜 가더라도 자신이 '한국인'임을 후세에게 강하게 심어주는 우리 민족과는 판이하게 다른 민족.
국가가 자신에게 주었던 상처로 인함일까?
국가에 대한 이미지가 자신의 삶에 도움은 커녕 방해가 된다는 생각때문일까?

러시아를 비판하면 할수록 러시아에 대한 애정이 더 깊어지는 필자같은 사람들이 보면 마음이 아프지 않을 수 없는 모습일 것이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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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희 2006-05-14 21:48:56
바실리~섬님 반갑습니다. 이거 얼마나 오랜만인지.. 글을 보니 프랑스 생활을 하시는 듯.. 부러워서 또 부러워서 생활은 좋으신가요?

이진희 2006-05-14 21:49:42
허허 외국에 있는 러샤 사람들이니 논쟁을 벌일 일은 없을 것 같네요. 안타깝게도 허허

바실리~섬 2006-05-15 03:16:43
오랜만에 반가운 이름들을 많이 접해서 그동안도 이 홈피관리를 얼마나 잘 하셨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이곳 생활도 만만치 않은 곳이지만 러샤에서의 경험이 정착에 큰 도움이 됨은 부정할 수 없네요^^
자주 인사드리겠습니다.

이진희 2006-05-14 21:48:56
바실리~섬님 반갑습니다. 이거 얼마나 오랜만인지.. 글을 보니 프랑스 생활을 하시는 듯.. 부러워서 또 부러워서 생활은 좋으신가요?

이진희 2006-05-14 21:49:42
허허 외국에 있는 러샤 사람들이니 논쟁을 벌일 일은 없을 것 같네요. 안타깝게도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