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일간 밀폐된 모의우주선에 갇혀 있을 수 있을까?
105일간 밀폐된 모의우주선에 갇혀 있을 수 있을까?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09.07.18 11: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스크바 크렘린 근처에 설치된 유럽우주국(ESA) 연구시설의 실험장치 ‘Mars 500’의 밀봉이 지난 14일 해제됐다. 이 장치는 화성까지 비행할 우주선 안에서 520일을 견뎌내야 하는데, 과연 우주비행사들이 이처럼 긴 시간 외롭고 갑갑한 공간에서 잘 견뎌낼 수 있을지 알아보려는 취지로 마련됐다.

그래서 장치는 우주선과 꼭 닮도록 러시아 기술자가 설계하고 만들었다. 예컨대 이렇다. 우선 공간의 크기는 열차 객차 만하다. 텔레비전은 물론,인터넷도 할 수 없었다. 외부와의 소통 방법은 사내통신망을 이용한 이메일뿐이었다. 통제센터 근무자는 폐쇄회로 카메라로 이들에게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는지만 들여다봤다. 그리고 교신할 때에는 실제로 우주를 비행할 때와 마찬가지로 20분씩 지연시켜 했다. 뭐하나 묻고 답을 들을라 치면 20분을 기다려야 했다. 자칫하면 미칠 것 같은, 생지옥(?)같다.

물론 운동기구를 갖춘 체육관도 있고 작은 정원도 있다. 미리 조리된 식사를 들며 최대한 국제우주정거장(ISS)과 비슷하게 꾸민 화장실에서 볼 일을 해결했다.

3월31일 이곳으로 들어가 외부세계와 105일간 격리된 채 생활해왔던 6명은 지난 14일 드디어 세상밖으로 나왔다. 곧이어 다른 6명이 같은 기간 갇혀 지내는 실험을 한 뒤 연말에 500일 실험으로 넘어갈 계획이다. 실제로 화성까지 가려면 520일을 견뎌내야 하기 때문에 105일의 훈련은 맛보기에 불과하다.

이번에 들어간 사람은 러시아인 4명과 독일인, 프랑스인 등 모두 6명이다. 이들은 마치 우리나라 첫 우주인을 뽑듯이, 6000여명이 치열한 경쟁끝에 '생지옥(?)으로 들어가는 티켓을 손에 쥐었다. 경비도 각자 2만 1000달러(약 273만원)씩 냈다.

이 '생지옥'에서 선장 역할을 한 세르게이 랴잔스키는 화성까지 2억 7600만㎞를 비행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고 있었던 점이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만약 실제로 가고 있다면, 우주의 풍광을 즐길 수 있었다면 견딜만 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래서 두 차례 우주여행 경험이 있는 발렌티 레베데프는 실험의 효과에 대해 “그저 보통 사람들이 고립된 시간을 얼마나 견뎌내는지를 보기 위한 실험에 불과하다”며 “그런 실험은 실제로 행성간 비행을 할 때 일어나는 상황에 대해 아무 것도 가르쳐주지 않는다”며 부정적이다.

이런 실험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999년 비슷한 실험을 실시했을 때 러시아인 선장이 강제로 자신에게 입맞춤했다고 캐나다 여성이 폭로하기도 했고, 러시아 남성 두 사람이 벽에 피가 튈 정도로 주먹다짐을 벌이기도 했다. 그만큼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는지 모른다. 또 구 소련 시절에도 1년 남짓 실험이 진행된 적이 있는데 참가자끼리 툭하면 다퉈 실패한 바 있다고 한다. 진짜 화성으로 간다는 목표, 즉 꿈이 분명하면 어려움을 쉽게 극복할 텐데, 그런 상황이 아니니, 미칠 것 같은 분위기속에서 신경이 예민해져 툭하면 다투기 십상이라고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