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제1 재벌 리신 노보리페츠크철강 회장의 인생역정
러시아 제1 재벌 리신 노보리페츠크철강 회장의 인생역정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11.03.19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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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제1의 갑부로 성장한 블라디미르 리신(54) 노보리페츠크철강 회장에 대한 기사가 한국 언론에도 잦다. 러시아 올리가르히 역사는 역시 90년대 중반 옐친 정부시절 시장 자유화 조치와 국영산업 민영화 조치로 시작되는데, 1세대는 이미 영국으로 도피중인 베레조프스키이고, 2세대는 감옥에 있는 호도르코프스키 전유코스 회장과 영국 프로축구 첼시구단주인 아브라모비치다.

굳이 이들과 다른 세대를 꼽는다면 처음부터 권력과 결탁해 국영기업은 먹은 게 아니라 천천히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성장해 결국 부를 거머쥔 그룹. 그래서 뒤늦게 러시아 최대 부호로 성장했다. 알류미늄업계 대부인 데리파스카와 철강제국을 건설한 리신 회장이다.

기회를 잘 타 부를 축적한 게 올리가르히이지만, 리신 회장은 1975년에만 해도 시베리아 자원개발을 위해 한창이던 바이칼-아무르철도 건설공사 현장 인부였다.

그는 서시베리아의 금속공대를 졸업한 뒤 제철소에 일자리를 얻었다. 타고난 근면함과 능력으로 현장반장, 공장장 등으로 승진 코스를 밟았는데, 결정적으로 직장 상사를 잘 둔 덕을 본다.

90년대 초중반 국영기업 민영화 조치로 주요 공기업은 권력과 유착한 당관료, 혹은 국영기업 사장들의 손에 넘어갔다. 이들이 바로 울리가르히들인데, 리신도 이때 러시아 연방 정부 금속 분야 실력자로 발탁된 상사를 따라 모스크바로 진출했다.

그의 상사는 바로 옐친 전 대통령 시절 금속 및 철강산업의 막강한 실력자로 떠오른 체르니 형제. 체르니 형제의 트랜스월드그룹(TWG)에 알루미늄ㆍ철강 수출 담당 임원으로 합류한 뒤 사바알루미늄, 마그니토고르스크 등 몇몇 철강 및 금속기업의 경영에 관여했다. 95년에는 바로 자신이 장악안 노보리페츠크철강 이사로 임명됐따. 98년에는 이사회 의장에까지 올랐다.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2000년 갈등을 빚어오던 경영진이 갈라서는 와중에 그는 노보리페츠크철강의 지분을 인수했다. 처음에는 지분이 13%에 불과했으나 이후 러시아 4대 부호인 블라디미르 포타닌, 조지 소로스 등의 지분을 추가로 인수하며 지난해에는 지분율을 80%까지 끌어 올렸다.

그는 M&A로 노보리페츠크철강의 덩치를 키웠다. 철광석과 제철용 유연탄을 채굴하는 광산을 샀고 수출이 70%에 달하는 수익구조를 고려해 흑해 투아프세 항만과 물류기업 유니버설카고홀딩을 인수, 노보르페츠크철강을 중심으로 하는 전ㆍ후방 수직계열화 전략을 구사했다.

철강 생산에 필요한 광물을 자급하는 사업구조로 재편한 결과 원자재 가격이 오를수록 기업가치가 더 오르고, 리신은 더 막강한 거부가 되는 부의 선순환 고리를 연결한 것이다.

그는 인생역정에서 보듯 권력을 업고 돈을 번 게 아니어서 크렘린과도 적당한 거리를 둔다. 러시아 경제전문지 피난스는 그의 성공비결로 "열심히 일하고 정치에는 관여하지 않는 생활철학"을 꼽는다. 그의 이름 리신은 러시아어로 '여우'를 뜻한다. 여우답게 필요할땐 권력과 손잡고, 적당할 땐 거리를 둔다. 그가 앞으로 계속 러시아 최대 재벌로 갈 수 있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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