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대표신문 이즈베스티야가 개혁 내분에 휩싸여
러 대표신문 이즈베스티야가 개혁 내분에 휩싸여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11.06.08 06: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9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러시아의 신문 이즈베스티야가 개혁 내분에 휩싸였다. 이즈베스티야는 소련 정부 공식 기관지로, 공산당 기관지 '프라우다'와 함께 옛 소련의 대표 언론으로 존재했으나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민영화된 뒤 부수 감소와 경영난 등에 시달리며 여러차례 소유주가 바뀐 끝에 2008년부터 러시아의 거대 금융, 에너지 기업들이 설립한 미디어 그룹 NMG 산하로 들어갔다

개혁 내분은 국민미디어그룹이 지난 4월 신문사의 새 사장으로 대중 잡지와 타블로이드 신문 등을 만들어온 아이뉴스 출판사 대표 아람 가브렐랴노프(49)를 앉히면서 시작됐다. 가브렐랴노프 사장이 취임 후 곧바로 편집국장을 교체하고 대대적인 개혁 조치를 밀어붙인 것.

그의 새 구상은 쇠락하는 기존 종이 신문을 인터넷 신문 위주로 바꾸겠다는 것. 200여 명의 기자와 행정 직원 가운데 60%를 해고하고, 판형을 축소하는 것은 물론, 최대 48면에 달했던 면수를 8면 정도로 대폭 줄여 최소 부수만 발행하고 대부분 인력은 온라인 신문 제작에 투입하겠다는 전략이었다.

또 구 소련 시절부터 유지돼온 모스크바 시내 중심가 '푸쉬킨 광장'의 사옥을 '아이뉴스' 출판사가 위치한 시내 북서쪽 '얌스코보 폴랴'로 옮겼다.

당연히 기존 종이신문을 고수하는 기자들과 충돌했다. 5일 신문사가 이전하자 지도부의 방침에 맞춰 새 편집국으로 옮겨간 30여 명을 제외한 대다수 기자와 직원들은 이날 저녁부터 옛 편집국으로 출근해 경영진의 대량 해고와 무리한 개혁 조치에 반대하는 농성을 벌이고 있다.

직원들은 새 지도부가 노동 환경 변화에 대해 공식 통보를 하지 않았다며 회사의 부당 조치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투쟁 의지를 밝혔다.

러시아 기자연맹 회장 브세볼로드 보그다노프는 6일 "러시아 저널리즘의 얼굴인 '이즈베스티야' 브랜드가 위기에 처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