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모셴코 전 총리에게 7년형 선고, 명백한 정치적 탄압 소리 높아
티모셴코 전 총리에게 7년형 선고, 명백한 정치적 탄압 소리 높아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11.10.13 0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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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우크라이나 ‘오렌지 혁명’의 주인공 율리야 티모셴코(50) 전 총리가 권력남용 혐의로 7년형을 선고받았다.

우크라이나 법원은 11일 검찰의 구형대로 티모셴코에게 징역 7년형에, 3년간 공직 금지, 벌금 15억 그리브나(약 2223억원)를 선고했다. 법원은 “티모셴코 전 총리가 2009년 러시아와 10년간의 천연가스 수입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국영 에너지기업인 나프토가즈에 가격을 높게 책정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며 “그가 자신의 권한을 범죄적 목적을 위해 고의로 사용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이에 러시아를 비롯해 미국·유럽이 동시에 티모셴코 살리기에 나섰다. 우크라이나 국민도 티모셴코의 사진을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베이징을 방문 중인 푸틴 러시아 총리는 12일 이례적으로 “우크라이나 정부가 러시아와의 가스계약을 문제 삼는 것은 위험하고 비생산적인 일”이라고 경계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문제가 된 가스 수입계약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법을 엄격하게 준수한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러시아로서는 계약 파트너가 권력남용 혐의로 처벌받는 건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그래서 친 러시아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60) 대통령에게 경계의 신호를 보낸 것이다.

러시아와 달리, 미국과 유럽은 이번 선고가 정적인 티모셴코를 제거하기 위한 정치탄압으로 본다. 마치 러시아 정부가 올리가르히인 호드르코프스키 전 유코스 회장을 아직 감옥에 가둬두듯이..

미국은 티모셴코에 대한 판결이 “정치적 동기를 가진 탄압”이라고 했고, 유럽연합(EU) 측은 “12월 최종합의를 앞두고 있는 EU·우크라이나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재검토하겠다”며 우크라이나 정부를 압박했다.

티모셴코는 재판정에서 판사가 판결문을 다 읽기도 전에 벌떡 일어나 “스탈린이 피의 숙청을 벌인 1937년의 억압이 우크라이나에 되돌아왔다”고 소리쳤다. 그러면서 “우리는 강해져야 하고, 우크라이나를 전제주의로부터 구해야 한다”며 판결에 불복한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녀의 운명은 항소심에서 바뀔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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