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집권 연장 개헌안 일사천리로 밀어붙여 - 야권 시위대와 '한판 승부' 예고
푸틴, 집권 연장 개헌안 일사천리로 밀어붙여 - 야권 시위대와 '한판 승부' 예고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20.03.12 0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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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5번째 대권 허용 개헌안, 하루 만에 상하원 통과 - 국민투표는 신임투표?
야권 21,22일 대규모 반대 시위 추진 - 신종 코로나로 대중집회 금한 당국과 충돌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집권연장' 개헌안이 11일 일사천리로 의회를 통과했다. 내달 22일로 예정된 '국민투표' 관문만 무사히 넘기면 푸틴 대통령은 오는 2036년까지 '대통령 자리'에 앉아 있을 가능성이 거의 100%다.

러시아 상원, 헌법 개정안 승인, 찬성 160, 반대 1표, 기권 3표/얀덱스 캡처

관건은 '반 푸틴' 야권의 대규모 가두시위인데, 정치 사회적 상황은 푸틴대통령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우선 신종 코로나의 팬데믹(세계적 유행) 현상으로 대규모 시위를 합법적으로 막을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 WHO가 신종 코로나 감염을 팬데믹이라고 선언한 이상, 야권이 정부 당국의 '대규모 군중 동원 금지' 명령을 넘어서기가 쉽지 않다.

러시아에서도 10일 하루 만에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새로 6명이 발생했다. 순식간에 20명선을 넘었다. 확진자 수가 자칫 3자리 숫자가 될 지도 모른다. 이에 따라 모스크바시는 신종 코로나 확산 방지 차원에서 5천명 이상이 참가하는 대중 행사를 금지한다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국제유가 폭락으로 글로벌 세계경기가 급속도로 추락하는 것도 푸틴 대통령에게 유리한 흐름이다. '강력한 리더십'으로 닥치는 불확실성과 경제위기 국면을 타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반 국민에게 먹혀들 소지가 충분하다. 푸틴 대통령은 개헌안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러시아는 땅이 넓고 (인종 민족 종교 등이) 다양한 인구 구성으로 볼때 대통령제가 필요하고, 의원내각제는 국가를 멸망으로 이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통령제는 곧 강력한 지도자로, 나아가 푸틴 대통령의 선택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개헌안 국민투표가 '푸틴에 대한 재신임' 어젠다로 변환시키면, 대중의 호응은 더 높을 게 분명하다.

개헌안을 심의중인 마트비옌코 상원의장 - '국가두마(하원)의 개헌안 통과'라는 자막이 나와 있다/ 현지 TV 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의 5번째 대통령직 도전을 가능케 한' 개헌안이 11일 하원 최종 심의(3차 독회)를 압도적 찬성(찬성 383표, 기권 43표, 반대 0표)으로 통과했다. 하원이 2차 독회를 끝낸 지 하루만에 3차 독회를 연 것은 아주 이례적이지만, 반대가 제로(0)라는 것은 공산당 의원들마저 반대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하원이 개헌안을 통과시키자, 상원도 곧바로 이를 승인했다. 상원은 이날 오후 전체회의에서 찬성 160표, 반대 1표, 기권 3표로 개헌안을 통과시켰다. 하원은 전날 2차 독회에서 대통령의 2차례 이상 임기 금지, 의회의 권한 강화 등을 담은 기존의 개헌안에 푸틴 대통령(2024년 임기 종료) 등 기존 대통령의 임기를 백지화하는 내용을 추가해 최종 개헌안을 확정한 바 있다. 

뱌체슬라프 볼로딘 하원의장은 개헌안 통과 후 "개헌은 오늘날의 도전과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는 필수적 조치"라며 "의원들은 개헌안이 국민투표에 부쳐질 때까지 지역구에서 개헌안 내용을 자세히 설명해줄 것"을 요청했다. 

모스크바에 등장한 푸틴 임기 백지화 '반대' 피켓 시위 / 얀덱스 캡처

러시아 야권은 '푸틴의 장기 집권 플랜'이 드러난 10일 소규모 길거리 집회를 갖고 '반대 캠페인'에 나섰지만,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대규모 집회가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야권은 내주 주말(21일과 22일) 모스크바에서 참가 인원 5만명의 군중 집회를 열겠다고 모스크바 시당국에 허가 신청을 냈다. 

하지만,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10일 "다음달 10일까지 한 달 동안 모스크바에서 5천명 이상이 참가하는 스포츠, 공연 등 모든 대중 행사를 금지한다"는 행정명령을 발령했다. 대규모 '반푸틴' 집회를 강행하려는 시위대와 경찰의 대규모 충돌은 이미 예정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다. 모스크바의 봄은 '진압 경찰의 곤봉'과 함께 찾아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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