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주년 맞은 포템킨호 반란-전함 포템킨/리처드 휴 지음
100주년 맞은 포템킨호 반란-전함 포템킨/리처드 휴 지음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05.06.26 0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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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5일은 우리에겐 한국전쟁이 일어난 날이다. 그러나 이 날은 러시아 사람들에게는 러시아 혁명의 도화선이 됐다는 전함 포템킨 호의 봉기가 일어난 지 100년 째 되는 날이다. 소련이 붕괴되지 않았다면 성대한 기념식이 열렸을 것이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선상봉기 가운데 하나인 이 사건은 사회주의의 몰락과 함께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이한 오늘날 서서히 잊혀져 가고 있다.

그나마 세계사 교과서에서 한 줄 정도 언급되는 포템킨 호가 우리의 기억에 남아 있는 까닭은 영화 ‘전함 포템킨’ 때문일 것이다.

1925년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은 러시아혁명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들었다.80년이 흘러갔지만 여전히 세계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작으로 꼽힌다.‘프로파간다’(선전·선동)를 위해 도입했던 몽타주나 시퀀스 기법이 영화 편집의 교과서로 자리잡을 정도로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거장 그리피스가 ‘국가의 탄생’으로 연극과 영화를 구분지었다면, 에이젠슈타인은 현재의 형태로 담아내는 영화의 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유명한 오데사 항구의 계단 장면은 이후 브라이언 드팔마 감독의 ‘언터쳐블’(1990) 등 숱한 영화에서 모방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영화는 포템킨 호 봉기의 실체적 진실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갔을까.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고, 해양사에 대한 저서로 명성을 얻은 리처드 휴는 책 ‘전함 포템킨’(김성준 옮김, 서해문집 펴냄)을 통해, 영화가 세계 속에 포템킨 호의 존재를 각인시키기는 했으나 오히려 윤색과 채색 등 덧칠을 거듭하며 그 실체가 가려지게 됐다는 점을 깨닫게 해준다.

이 책은 이데올로기나 혁명의 대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썩은 고깃국 때문에 목숨을 걸어야 했던 불행한 젊은이들에 대한 기록을 담아 간다. 저자는 외부의 적과 싸우기 전에 내부의 적과 싸워야 했던 젊은이들 모습을 영웅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시각을 갖고 객관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당시 신문 보도와 러시아 정부의 공문서, 봉기 주모자 마투쉔코와 펠드만의 보고서, 주요 외교관의 비망록 등을 종합해 2주 동안의 선상 반란 이야기를 생생하고 꼼꼼한 다큐멘터리로 재구성했다.

영화에서는 또 다른 제정 러시아 함대의 일부가 봉기에 합류하는 마지막 장면으로 포템킨 호가 승리했다는 ‘상징적 의미’를 내비치고 있지만 책에서는 실제 역사에서 포템킨 호의 봉기가 성공하거나 혁명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사실을 그린다. 봉기에 참여한 수병들은 루마니아로 가서 항복하게 된다. 주동자 마투쉔코는 결국 교수형을 당하게 되고, 러시아에 되돌아 온 수병 대부분은 종신형이나 시베리아 유배,20년 징역형을 받았다. 루마니아로 망명했던 수병들의 운명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280쪽.1만 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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