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관련 신간 2권,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와 농업과학자 바빌로프
러시아 관련 신간 2권,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와 농업과학자 바빌로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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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1.05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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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관련 신간 2권을 소개한다.

한권을 우리가 익히 아는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1821∼1881)를 주제로 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비운의 농업 과학자 바빌로프다. 바빌로프는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이들을 위해 세계 곳곳을 찾아다니며 작물을 수집하고 연구했지만 스탈린의 정치적 희생양이 돼 감옥에서 영양실조로 죽음을 맞은 비운의 과학자다.

도스토예프스키에 관한 신간은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이병훈/문학동네) 저자인 이병훈 아주대 강의교수는 도스토예프스키의 행적을 쫓아 2009년과 2010년 여름에 러시아 대륙을 가로지른다. 도스토예프스키가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낸 모스크바, 대부분의 작품 활동을 전개한 상트페테르부르크, 4년간 감옥살이를 한 옴스크, 말년에 가족과 전원생활을 즐긴 스타라야 루사에 이르기까지 넓은 땅 전체를 돌아보면 그 흔적을 뒤진다.

모스크바의 도스토예프스키 생가는 19세기 당시 빈민구제 병원에 딸린 부속건물. 아버지는 이 병원에 근무한 의사였다. 병원은 사생아와 버려진 아이들을 돌보는 모스크바 보육원에 속한 시설이어서 가난하게 살았다. 그래서인지 그의 첫 작품 제목은 ‘가난한 사람들’이다. 가난은 그의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테마 중 하나다.

이 책이 여타 도스토예프스키 안내서와 다른 점은 저자가 늘 “세상을 떠난 지 130년이 된 러시아 작가의 영혼의 편력 속에서 우리가 부둥켜안고 가야 할 ‘최후의 말’은 무엇일까”라는 의문을 스스로에게 주입시키면서 책을 읽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인생은 1837년 4월 아버지를 따라 페테르부르크로 가면서 한번 바뀐다. 당시 공병학교를 다녔는데, 1838년 6월 형 미하일에게 보낸 편지엔 연병장에서 치러진 열병식을 “다섯 번에 걸쳐 시행한 대공(귀족)과 황제를 위한 열병식이 우리를 녹초로 만들었다"고 고통을 털어놨다. 저자는 이런 질식할만한 환경이 도스토예프스키로 하여금 문학으로 빠져들게 한 동인이었다고 본다.

1849년 짜르 체제에 도전장을 낸 페트라셰프스키 사건에 연루돼 페트로파블로프스크 감옥에 수감됐을 때, 그는 세 편의 중편 소설과 두 편의 장편 소설을 구상했고 이 가운데 한 편을 탈고했다. 그리고 시베리아의 유형지인 옴스크 감옥으로 이감돼 4년을 지내는 동안 수기 형식의 소설 ‘죽음의 집의 기록’에 대한 구상을 마쳤다. 그리고 그 일단을 형에게 알린다.

어려움속에서 구상하고 탈고한 작품속에는 육체와 정신, 자기와 타자, 개인과 사회, 이상과 현실, 삶과 생존의 뿌리 깊은 ‘분리’를 극복하고 다시금 순수한 생의 에너지를 회복할 열쇠가 담겨있다고 저자는 지적하다. 그래서 가치 훈란의 시절인 지금이야말로, 다시 도스토예프스키의 책을 펼쳐야 한다고..

비운의 과학자 바빌로프의 드라마틱한 삶을 담은 '바빌로프’(서순승 옮김)는 전기다. 본인이 어렵게 걸어온 삶을 이데올로기와 과학, 국가와 과학자의 관계 등을 통해 긴장감 있게 엮어간다.

바빌로프는 기아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는 작물의 유전적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여겼다. 또한 척박한 땅과 혹한의 기후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작물을 개발하려 노력했다. 그는 파미르 고원에서 에티오피아, 아마존 열대 우림, 아메리카 대륙까지 위험을 무릅쓰고 지구촌 구석구석을 탐사하며 종자를 모으고 작물을 연구했다.

레닌의 지원을 등에 업고 왕성한 활동을 벌이던 그는 그러나 스탈린 집권 이후 과학정책이 바뀌면서 반역자로 몰려 감옥에서 쓸쓸하게 숨졌다. 빙하 주변에서 노숙을 하고, 가파른 절벽을 따라 위험하게 난 좁은 길을 말과 함께 지나다 목숨을 잃을 뻔 하는 등 세계를 누비며 탐험하는 그의 모습이 한 편의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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