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객관적으로 루블화는 서방의 경제 제재로 최저 기록을 잇달아 갱신하는 중이다. 장중 한때라고는 하지만 24일 모스크바 외환시장에서 루블화는 전날 종가보다 29코페이카 떨어진 42.005루블을 기록했다. 유로당 루블화 가치도 전날보다 30코페이카나 내린 53.1 루블이다.
신용평가사 S&P는 그러나 시장의 전망을 뒤엎고 S&P가 기존 '투자 적격' 등급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다시 루블화 가치가 올라갈 것인가?
부정적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서방의 러시아 제재가 계속 유지되고, 저유가 현상이 지속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오히려 모스크바 금융권에선 연말까지 달러 대비 루블화 환율이 45루블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 정도로 러시아 경제가 우크라이나 사태로 흔들리는 건 분명하다. 그렇다면 그 이후는? 루블화가 추락, 또 추락하다 끝내 모라토리엄, 혹은 디폴트(국가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졌던 1998년의 악몽이 다시 온다?
일단 루블화 가치는 올 들어 21% 넘게 떨어졌다. 글로벌 주요국 중 가장 하락세가 두드러진 통화 가운데 하나다. 미 육군사관학교의 로버트 퍼슨 국제관계 및 비교정치학 부교수는 최근 모스크바타임스 기고를 통해 "1998년 당시와 현재 러시아가 당면한 위기에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유가 급락이다. 1998년 유가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촉발한 2차 석유전쟁의 영향으로 30% 넘게 떨어졌다. 올해도 국제유가는 글로벌 경기 부진 등의 영향으로 17% 넘게 하락한 상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로 천문학적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점도 1998년과 비슷하다. 당시 러시아는 체첸과의 대립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사회적 지출을 해야만 했다.
퍼슨 부교수는 "올해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체제 유지비용 때문에 4,500억달러 규모의 외환보유액이 순식간에 바닥이 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제2의 모라토리엄 선언을 야기할 수 있다고 전망했으나, 많은 전문가들은 아직은 아니다 라고 반박한다.
저작권자 © 바이러시아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