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화가 레핀에 푹 빠진 미술 전문가 권융 경성대 교수
러시아화가 레핀에 푹 빠진 미술 전문가 권융 경성대 교수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10.09.13 0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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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융(51) 경성대 국제무역통상학과 교수는 고은사진미술관을 운영하는 고은문화재단의 이사이면서 러시아 예술 전문가다. 부산대 무역학과 78학번출신.

그가 러시아에 미쳤다. 1990년에 생긴 우연한 일이 그의 인생을 바꿔 놓은 것. "콤소몰(공산청년동맹)의 초청으로 러시아(소련)를 가게 됐어요. 별다른 준비 없이 다녀온 첫 해외여행이었지만 충격으로 다가왔어요. 그때만 해도 러시아는 달나라처럼 먼 곳이었거든요."

그는 어쩔 수 없이 무역학과 교수가 됐지만, 또 다른 삶을 러시아에서 찾았다. 러시아와 관련된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고, 1997년 시베리아 횡단열차도 탔다.

그에게 가장 큰 충격을 준 것은 러시아의 '다차' 문화. 여름만 되면 썰물처럼 모스크바 사람들이 도시 외곽의 다차로 빠져나갔고, 그 문화를 화두로 잡고 98년과 99년 미국 인디애나 대학의 러시아 동유럽 연구소에서 연구년을 보냈다고 했다.

그러던 중 트레치야코프 미술관을 발견했다. 오랫동안 보수공사를 끝내고 다시 개장할 즈음이다. 이 미술관은 19세기 러시아 리얼리즘 회화의 80~90%를 소장하고 있다. 남들이 붉은광장을 기웃거릴 때 그는 트레치야코프 갤러리에서 2~3일을 보냈다. 7번의 러시아 여행에서 빠뜨리지 않았던 코스다.

이곳에서 그는 일리야 레핀이란 걸출한 러시아 화가를 발견했고, 그의 그림만으로도 19세기 러시아의 역사를 설명할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단다. 일리야 레핀의 화보를 사 모으고, 그를 주인공으로 한 책을 쓸 작정도 했다.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비교한 '러시아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도 쓸 요량이었다.

배낭을 메고 하염없이 걸으면서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학교에서 학장이란 직책을 맡고, 뜻하지 않는 곳에 발을 담그면서 그의 러시아 프로젝트는 지난 2008년 '모스크바에서 쓴 러시아, 러시아인'이란 입문서로 낸 것으로 일단 만족해야 했다.

지금은 고은사진미술관 운영에 깊숙이 빠져 있다. 그는 어린 시절 가졌던 인문학과 예술에 대한 갈증을 러시아에서 푼 뒤 다시 고은사진미술관으로 옮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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