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대통령과 러시아인의 행동양식을 알려면, 러시아 소설을 읽어라?
푸틴대통령과 러시아인의 행동양식을 알려면, 러시아 소설을 읽어라?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5.06.04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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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과 러시아를 제대로 알려면 19세기 대문호들의 소설을 읽어라? 나토(NATO) 사령관을 지낸 미국의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터프츠대 플레처법외교대학원장의 주장이다.

스타브리디스 원장은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매체인 '포린 폴리시'에 기고한 글에서 "러시아 문학이 푸틴의 세계관을 형성하고 있다"며 "크렘린의 결정을 제대로 설명해주는 것은 러시아 문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 문학에 조예가 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식이다. 
솔제니친의 소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를 보면 러시아인들의 행동 양식을 엿볼 수 있다. 이 소설은 스탈린의 소련 시대에 억울한 간첩죄를 뒤집어 쓰고 시베리아 강제수용소 10년형을 받는 주인공이 수용소의 온갖 부조리와 비인간적 상황 속에서도 적응해나가며 희망을 잃지 않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스타브리브 원장은 "러시아인들은 제재의 고통을 극복하는 데서 역설적인 쾌락을 발견할 것이기에, 러시아에 대해 경제적 제재를 가함으로써 그들의 의지를 꺾을 수 있다고 과신해선 안된다"고 주장한다. 

또 러시아 제정시대에 한 남자가 지주들을 찾아다니며 죽은 농노들의 이름을 사는 기이한 행각을 담은 고골리의 '죽은 영혼들'은 '러시아인들이 이 세계를 무언가 터무니없고 모순적인 것으로 본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그는 설명한다. 

러시아인들이 외세와 어떻게 싸울 것이고 어떤 지도자를 추종할 것인가 알고 싶다면 톨스토이의 대서사 '전쟁과 평화'를 읽어야 한다고 그는 추천했다. 러시아인들의 전쟁 수행 능력에 대한 자부심, 오늘날 러시아 민족주의 경향에 기름을 끼얹는 뿌리박힌 애국주의를 보여주는 이 소설은 러시아가 그 거대한 땅덩어리로 인해 나폴레옹을 포함해 어떤 외세도 정복할 수 없는 나라임을 묘사하고 있다. 이 소설은 또한 '이반 뇌제'에 이어 표트르 대제가 나타났듯, 러시아인들은 자신들의 지도자가 늘 새롭게 떠오를 것으로 믿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스타브리디스 원장은 설명했다.

그는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의 "비극적 모순들"로 가득 찬 주인공 라스콜니코프가 살인을 저지른 뒤 소냐라는 여성을 통해 죄를 고백하고 벌을 받는 것으로 구원받는 것을 러시아인들의 자아상, 즉 "러시아인들은 자신들의 선함과 정당함에 대한 깊은 믿음을 갖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는 러시아 문학작품들을 통해 파악한 러시아인들의 성향은 "동맹을 맺는 것에 회의적이며 외국인을 혐오하고 민족주의적이며 다른 모든 이들의 동기에 거대한 의심을 품는" 것이기도 하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에서 주인공이 "분노는 젊은 심장에 너무 일찍 묻혀버렸으나, 그 심장은 많은 선을 간직하고 있다"고 말한 대목을 인용하면서 이는 젊은 푸틴에 대한 묘사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고공 인기를 누리는 푸틴 대통령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지지 이유라는 뜻이다. 

그는 러시아를 해부하는 "진정한 렌즈는 문학"이라며 "러시아인들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사람들은 문학가들을 러시아만큼 존경하는 문화권이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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