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대통령, 실시간 전광판에 뜬 문자에 당황? "친구를 보면..안다?"
푸틴 대통령, 실시간 전광판에 뜬 문자에 당황? "친구를 보면..안다?"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6.04.18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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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열린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 행사는 2001년부터 매년 생방송으로 진행됐다. 국민들이 인터넷과 전화, 문자 등으로 보낸 질문에 푸틴 대통령이 실시간으로 답변한다. 올해는 300만개 질문이 접수돼 74개 질문에 답했다. 방송 시간도 3시간 57분에 달했다. 역대 최장 기록이다. 현지언론은 "840만여명이 국민과의 대화를 시청했다"고 전했다.

국민들의 관심은 역시 경제 회복 여부에 몰렸다. 그 질문에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경제는 올해 0.3% 하락하는 데 그치고, 이후 다시 성장세로 돌아설 것"이라며 낙관적으로 답변했다. 다만 "가까운 시일 내에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가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따라서 서방 제재가 해제되지 않는 한 러시아도 유럽산 농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풀지 않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전세계를 강타한 '파나마 페이퍼' 스캔들에 대해서도 푸틴 대통령은 피해가지 않았다. 측근들의 재산 도피 및 조세 회피 정황을 담은 '파나마 페이퍼스'에 관련해서는 "사실"이라고 인정했한 뒤, 그러나 "나(푸틴)의 친구들이 여기에 연관되어 있다고 지적함으로써 이 조세 회피처를 거친 돈이 나를 포함한 러시아 고위 관리들에게 흘러드는 것 처럼 유도하고 있다"며, "이는 서방의 반 러시아 선전전"이라고 주장했다.

실시간으로 질문을 문자로 보내다보니, 푸틴으로서는 당황스런 장면도 연출됐다. '파나마 페이퍼스' 스캔들을 이야기하는 사이에, 국민의 문자를 보여주는 전광판에 "당신의 친구가 누구인지 말해주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드리지요"라는 문구가 떴다.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이 보인다'는 뜻의 러시아 속담을 인용한 것으로, 결국 '파나마 페이퍼스'에 언급된 당신(푸틴)의 친구들을 보니, 당신도 뻔한 것이라는 식으로 간접 비판한 것이다.

그는 또 임기가 끝나가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서는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오바마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변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10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리비아 사태가 임기 중 최대 실수"라고 인정한 것을 지적하면서 "그런 말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내 동료가 그런 발언을 할 용기를 갖고 있다는 건 매우 좋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미 대선 경선의 선두 주자인) 공화당의 트럼프와 민주당의 힐러리 중 누가 당선되는 것이 러시아에 더 좋은가" 하는 질문에는 "양국 관계는 개별 정치인에게 달린 것이 아니며 미국이 러시아를 얼마나 존중하는 자세를 보이는 지가 중요하다"고 피해갔다.

한 12세 소녀로부터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물에 빠진다면 누구를 구하겠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누구든 도움을 요청하면 도울 것"이라면서 "그러나 스스로 빠져죽기를 원한다면 구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이 질문은 크림 반도 합병, 전투기 격추 사건 등으로 우크라이나와 터키와의 관계가 얼어붙은 상태에서 푸틴 대통령이 과연 누구를 더 미워하는지를 묻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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