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기업가들이 조국을 등지는 꿈을 꾸는 까닭? 과거엔 예술가들이 앞장섰다
러시아 기업가들이 조국을 등지는 꿈을 꾸는 까닭? 과거엔 예술가들이 앞장섰다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6.06.11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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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소련 시절에 러시아를 등지는 유명인사는 주로 음악 발레 등 예술계 인사였다.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그들은 당국의 핍박을 참지 못하고 망명의 길을 떠났다.

21세기 정보화 시대에는 어떤 이들이 조국 러시아를 떠날까? 자유로운 사업환경과 창의력이 요구되는 첨단분야 기반의 기업가들이다. 러시아판 페이스북이라고 불리는 SNS 브콘탁테를 개발한 파벨 두로프가 러시아를 떠난 게 대표적이다.

그는 사용자들의 데이터 정보 내용을 제공하라는 러시아 정부의 요구를 거부한 뒤 압박을 버티지 못하고 조국을 등졌다. 그는 해외에서 암호화 메신저 텔레그램을 개발해 여전한 그의 개발 능력을 입증했다. 

푸틴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사회 곳곳에서 체감되는 강압적인 분위기에 기업인들이 참지 못하고 '엑소더스'를 꿈꾸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최근 싱가포르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러시아 기업가 빅토르 리셴코(45)는 사업과 삶의 질, 미래에 대한 전망 때문에 이민을 결정했다며 "이제 러시아는 사업하기에 좋은 곳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에서 규모가 큰 투자회사에서 중역으로 일하던 블라디미르 아슈르코프는 2014년 러시아를 떠나 영국 런던에 살고 있다. 그는 야당 인사를 후원했다가 크렘린에 미운털이 박혔다. 그는 "과거 국제 시장에서 자본을 끌어모을 수 있었던 것들도 요즘의 국제환경에서는 의미를 가질 수 없다"고 말했다. 아마도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서방의 경제제재에 따른 투자업계 안팎의 환경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를 떠나 이민을 간 사람은 34만 명으로, 2011년보다 10배나 늘었다. 순전히 강압적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민자가 는다는 것은 그만큼 러시아에서 살기기 팍팍하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모스크바 카네기 센터의 정치 전문가 안드레이 콜레스니코프는 "두뇌유출이 이미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있으며, 병적인 현상의 전조를 띠고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헤드헌팅 업체에서 내놓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 중역의 40% 이상이 이민을 가고 싶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러시아를 떠나 이민을 하고 싶은 나라로 미국과 독일, 영국이었다. 이민을 가고 싶은 이유로 '더 투명한 사법 체제'를 꼽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응답자는 "러시아 정부가 생각해 내는 것들은 서방의 경제제재보다 더 러시아 기업에 해를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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