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패션계를 강타한 러시아 출신 '포스트 소비예트'문화, 반항적 특유의 정서가..
세계 패션계를 강타한 러시아 출신 '포스트 소비예트'문화, 반항적 특유의 정서가..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7.03.16 0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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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소비에트' 문화가 패션 디자인 예술 분야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포스트 소비예트'라면 구소련의 붕괴이후 시장경제 도입에 따른 혼란을 온몸으로 겪은 세대가 만들어낸 문화다. 한마디로 혼란속에 특유의 반항적인 정서를 '시대정신'으로 승화시킨 이미지다.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곳은 역시 유행으로 먹고 사는 패션 분야. 외신에 따르면 '2017년 패션 트렌드'를 한 눈에 볼 있는 뉴욕 파리 런던 '패션 위크'가 한창인 요즘, 무대위에는 다르면서도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캐릭터들이 관심을 끈다고 한다. '러시아'와 '포스트 소비예트'를 공통된 키워드를 가진 조금은 낯선 분위기다. 마치 잘못 빨아 늘어난 듯한 긴 품의 의상과 1990년대 '맨투맨'이라 불리는 스웨터 셔츠, 러시아 키릴 문자가 새겨진 티셔츠 등이다.

그러고 보니 올해가 '러시아 사회주의 혁명'이 발발한 지 딱 100년이 되는 해다. 그래서 사회 문화적으로 더 주목을 받고, 평론가들은 대중문화계에 '제2의 러시아 혁명' 이 진행중이라고 말하는지도 모른다.

'포스트 소비예트' 문화를 앞장서 이끄는 이가 유명한 패션디자이너이자 사진 작가인 고샤 루브친스키(33)이다. 그의 스타일을 추종하는 소위 '고샤 보이즈(Gosha boys)'라는 용어가 유행하고, 반항적인 러시아 거리의 청년 모습에서 따온 하위문화인 '고프닉(gopnik)'이란 용어도 오늘날의 젊은이를 설명하는 '주요 단어'로 등장했다. 

고샤 루브친스키 열풍은 국내에도 밀어닥쳤다. 그의 사진 작품을 만날 수 있는 한남동 디 뮤지엄 '유스(youth)' 전시회는 젊은이들로 발 디딜 틈 없이 없단다. 

고샤 루브친스키 외에 베트멍과 발렌시아가를 이끌며 가장 주목받는 디자이너 중 한명인 뎀나 즈바살리아(36), 러시아 '고프닉' 스타일을 완성한 스타일리스트 로타 볼코바(33) 등이 있다. 이들의 특징은 러시아적인 감성으로 서구 문화를 받아들였다는 점. 뎀나 즈바살리아는 벨기에 앤트워프 왕립 예술학교 출신이고, 로타 볼코바는 영국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수학했다. 정제되지 않은 아트 사진으로 유명한 알렉산드라 고르디엔코(25)는 영국 센트럴 세인트 마틴서 졸업작품으로 내놓은 예술 매거진 '마르파 저널(Marfa journal)'으로 일약 '무서운 20대'로 등장했다.

이들은 구소련 붕괴후 서구식 클럽 문화, 히피와 일렉트로닉을 넘나드는 음악, 각종 약물과 카지노 등 마구 쏟아지는 퇴폐적인(?) 문화와 기존의 소비예트적 전통 문화 사이에서 갈등을 겪은 세대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반항적인 '포스트 소비예트' 문화를 만들어냈다. 

고샤 루브친스키는 신인을 키우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레이 가와쿠보에게 캐스팅된 케이스. 고샤 루브친스키에 매료된 그는 콤데가르송 브랜드 협업을 마다하지 않았고, 뉴욕 편집숍인 오프닝 세리머니도 협업했다.
로타 볼코바는 2000년대 초 런던에서 독일의 유명 사진작가 볼프강 틸만스의 눈에 띄었다. 두 사람은 2002년 뉴욕의 대표 갤러리 중 하나로 꼽히는 데이비드 즈위너 갤러리에 함께 한 작품들을 전시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뉴욕타임스 등은 "새로운 자극에 목말라 있던 대중 문화계가 절망과 혼란을 이겨내고 새롭게 시대를 만들어가는 이들에게 보내는 호기심 어린 찬사"라고 평가했다. '차르'라고 불리는 푸틴 대통령 체제하에서 발견되는 러시아 젊은이 특유의 반항적 정서가 유행을 선도하는 세계 대중문화에서 '포스트 소비예프' 문화로 주목받는다는 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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