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대통령 연례 국민과의 대화 "3기집권이면 충분하다, 쉴때가 됐다" 등 질문도
푸틴 대통령 연례 국민과의 대화 "3기집권이면 충분하다, 쉴때가 됐다" 등 질문도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7.06.16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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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5일 TV·라디오로 생중계된 연례 '국민과의 대화'에서 4시간 동안 68개의 질문에 답하는 강인한 체력을 거듭 과시했다. 지난 2013년에는 무려 4시간 47분 동안 85개의 질문에 답한 기록을 갖고 있다. 

이같은 형식의 방송은 러시아 주요 TV에서 자주 등장하는 포맷인데, 답변자가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물론 푸틴 대통령은 첫 집권 이듬해인 지난 2001년 처음 시작했으니 올해로 벌써 열다섯번째다.

외신에 따르면 그는 주민들의 어려운 민생 문제 해결과 도움 요청에 "상황을 파악한 뒤 해결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헤아리는 진정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과시한 것이다. 또 미국 의회가 새로운 대러 제재를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미국 내부 정쟁의 결과로 아무런 좋은 결과도 가져다주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푸틴 대통령은 제임스 코미 전 미 FBI 국장의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확신' 발언에 대해 "아무런 증거도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하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를 녹음해서 친구를 통해 언론에 흘린 코미 국장의 행동은 (러시아에 망명한) 에드워드 스노든 전 NSA 요원의 행동과 다를 바 없다"며 "코미가 미국에서 탄압을 받으면 그에게 정치적 망명지를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비꼬기도 했다. 
그는 또 서방의 대 러시아 제재와 관련, "유엔 통계에 따르면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는 500억~520억 달러의 손실을 보았지만. 제재를 가한 쪽은 1천억 달러의 피해를입었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 애리조나주에 거주하는 한 미국인 남성이 유튜브로 보낸 질문에서 '나는 친러주의자인데 미국인들에게 러시아가 미국의 적이 아님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조언해 달라'고 요청하자 "미국에서의 반러 분위기는 미국 국내의 격화한 내부 정쟁 때문"이라면서 "우리는 양국 관계가 정상화 되기를 진실로 원한다"고 답했다.
미-러 협력 가능성에 대한 또 다른 질문에는 "러시아와 미국은 두 핵 강국으로서 이 분야 협력은 북한뿐 아니라 다른 지역 문제와 관련해서도 아주 중요하다"면서 양국은 빈곤 ·환경 문제, 시리아·우크라이나 등의 지역 분쟁 해결 등에서도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연례행사로 진행되는 이 행사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만만찮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현지 한 언론인은 "민주적 과정이 작동하지 않으니 의식(ritual)으로 대체하는 것"이라면서 "정권이 사실상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1년에 한 번 정도라도 국민의 문제를 파악하려 한다는 과시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행사 주최 측은 지방에서 올라온 방청객들을 모스크바 외곽의 대통령 총무실 산하 휴양소에 모아 '사전 교육'도 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당일 숙취가 없도록 방송 전날 술을 많이 마시지 말 것', '방송 시간이 길어지니 용변을 보러 가지 않도록 물도 많이 마시지 말 것', '방송 화면이 잘 나오게 체크무늬가 아닌 단색 계통 옷을 입을 것' 등이 주요 내용이라고 한다. 

세상이 크게 달라진 것을 보여주듯, 스마트폰 문자 메시지로도 많이 질문이 접수됐는데, 그중에는 '정치 쇼' 같은 행사를 비판하거나 푸틴 대통령의 장기 집권을 비난하고 대통령의 측근과 공무원들의 부패를 고발하는 등의 민감한 내용도 적지 않았다. '푸틴 당신은 정말 국민이 이 서커스를 믿는다고 생각하나?', '3기 집권이면 충분하다', '피곤하지 않는가? 쉴 때가 됐다', '언제 퇴임할 건가?' 등의 노골적 질문이 전달됐다.

'"자기 사람을 팔아넘기지 않는다'는 당신의 원칙이 부패한 측근들에게도 적용되나"라는 질문에 푸틴 대통령은 "나는 그들을 자기(나의)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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