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들이 국가와 기업을 함께 맡나?
어떤 사람들이 국가와 기업을 함께 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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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6.2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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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상트페테르부르크 거리에선 내로라하는 러시아 기업가들이 각자 회사의 깃발 아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맞으러 도열해 있었다. 마치 군대 사열을 보는 것 같았다. 몇몇은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수백㎞를 날아오기도 했다.

국제 유가 배럴당 70달러 시대, 러시아는 천연 자원을 앞세워 국부를 쌓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 국부는 국가 자본가인 ‘국가 올리가르히(state oligarch)’가 주무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19일 보도했다.

올리가르히는 원래 ‘과두(寡頭) 지배’라는 뜻이다. 러시아에선 1990년대 보리스 옐친 대통령 시절 국유재산 민영화로 돈방석에 앉은 신흥 재벌을 가리키는 말로 쓰였다. 정치, 언론 등과 유착한 몇몇 독점자본이 국가 권력을 좌지우지하고 나라의 부를 싹쓸이하자 이를 타도의 대상으로 본 것이다.

올리가르히 계급 해체를 내걸고 대통령이 된 푸틴은 주요 기업을 다시 국영화하면서 이들 기업의 수장을 측근들로 채워 나갔다. 이른바 ‘낙하산 인사’로 관직과 기업 회장직을 겸한다는 점에서 G7 선진국에서는 찾아 보기 힘든 행태다. 옐친 시대의 올리가르히가 ‘국가 올리가르히’로 대체된 것이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제1부총리는 러시아 최대 국영 석유·가스 기업인 가즈프롬의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푸틴이 90년대 상트페테르부르크 대외부시장을 할 때 만난 동료로 2000년 대선 캠프를 이끌었다. 차기 대권주자로도 손꼽힌다. 일부 러시아 언론은 푸틴이 2008년 퇴임 후 가즈프롬 회장직으로 갈 것으로 내다보기도 한다.

이고르 셰친 크렘린 행정부실장은 러시아 2위 석유사 로즈네프트 회장을 겸하고 있다. 역시 푸틴의 상트페테르부르크 동료이자 푸틴과 같은 옛 소련 정보기관 KGB 출신이다.

이런 식으로 ‘대통령의 사람들’ 중 11명이 6개 국영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고위 관료 15명이 6개 기업 회장직을 차지했다. 석유뿐 아니라 천연가스, 원자력, 다이아몬드, 금속, 무기, 항공, 운송을 망라한다.

이들 국영기업은 적극적으로 다른 개인기업의 인수합병에 나서면서 몸집을 불려 나가고 있다. 로즈네프트는 석유 재벌 유코스의 핵심사업을 인수했다. 가즈프롬은 에너지 재벌 시브네프트를 사들였다.

푸틴은 한때 경제전문지 포브스 선정 세계 16위 갑부에 오르기도 했던 미하일 호도로프스키 전 유코스 사장에 대해서는 탈세혐의로 수감시키면서 확실히 손을 보기도 했다. 호도로프스키는 야당에 자금을 지원한 괘씸죄 때문에 구속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푸틴 대통령은 7개 민간 대기업 중 에너지 그룹 루코일과 알루미늄 재벌 루살 등 ‘충성스러운’ 3개는 남겨놨다.

그렇다고 소련 시절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 투자 규제를 없애는 등 개방적이어서 가즈프롬의 경우 49% 지분을 외국인이 소유하고 있다.‘관리(directed) 자본주의’의 신개념이라 할 만하다.

다음달 푸틴의 고향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G8(서방선진 7개국+러시아) 정상 회담을 앞두고 ‘푸틴 사단’은 러시아 경제 부활의 신호탄으로 활용될 전망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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