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영화가 일본 열도를 삼킨다?
러시아 영화가 일본 열도를 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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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8.01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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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영화가 일본을 삼킨다. 일본의 터부를 건드린다면 영화 하나가 열도 자체를 삼킬 수 있다. 그 묘한 주제는 바로 일왕이다.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장본인격이니 동북아 주변국가에서는 당연히 영화의 주제로 삼을 만 하다.

히로히토 전 일왕의 인간적 면모를 부각시킨 러시아 영화 ‘손~쩨(태양)’의 도쿄·나고야 개봉을 앞두고 일본엔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영화적 소재로는 금기시됐던 일왕이니 현지 경찰은 러시아 영화라고 하더라도 자칫 극우파들의 폭력시위가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러시아 영화감독 알렉산드르 소쿠로프가 제작한 이 영화는 히로히토를 의지가 박약한 인물로 묘사하는가 하면, 그가 태평양 전쟁에 도덕적 책임이 있는 것을 여러 대목에서 암시하고 있다.

그러나 소쿠로프 감독이 유독 히로히토만 겨냥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벌써 히틀러와 스탈린에 관한 영화도 만들었다. 이 영화는 2년 전에도 수입될 뻔했지만 폭력사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업자들이 배급을 꺼리는 바람에 무산됐다.

영화는 5일 히로시마 원폭투하 기념일에 맞춰 도쿄와 나고야의 극장 2곳에서 개봉된다. 영화 배급을 책임진 미치오 고시카와는 “많은 회사들이 폭력사태를 우려해 판권 구입을 꺼렸다”면서 “하지만 히로히토 왕의 모든 이슈에 관해 토론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 배급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진보적 인사들에게는 이 영화의 개봉을 환영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대 놓고 말할 수 없는 부분을 외국의 시각을 빌어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자는 뜻이다. 서방의 한 언론이 "많은 학자들이 이 영화의 개봉이 일본의 ‘정상화’를 위한 중대한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전한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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