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재무부의 푸틴 이너서클, 올리가르히 제재에 대한 효과는? 작용에는 반작용이..
미 재무부의 푸틴 이너서클, 올리가르히 제재에 대한 효과는? 작용에는 반작용이..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8.04.14 0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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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원자재 시장에서 알루미늄 가격의 최근 1주일간 무려 14%나 급등했다. 주간 상승치로서는 1987년 이후 30년 만에 최고치라고 한다. 이같은 현상은 미 재무부가 지난 6일 러시아 알루미늄 산업을 장악하고 있는 올리가르히 올레그 데리파스카 (사진)회장과 그의 소유 기업인 '루살`에 대한 제재조치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미 재무부는 데리파스카 회장을 포함해 러시아 올리가르히 7명과 이들이 소유한 12개 기업 등 총 28개를 대상으로 제재를 단행했는데, 정치적으로는 푸틴 대통령의 '이너서클'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유력하지만, 실물 경제적으로는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아직 설왕설래 중이다.



미국과 영국 등 서방 언론은 이번 제재가 제대로 핵심을 찔러 러시아 경제가 휘청거릴 것이라고 진단한다. 금융시장에서는 루블화 환율이 급락하고,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홍역이 한번 지나갔다.

그 다음은 무엇일까? 루살을 포함한 러시아 원자재 기업의 파산이 거론되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국제시장에서 알루미늄 가격이 폭등하는데, 알루미늄 생산업체인 루살은 파산하다니, 이해가 안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루살측이 홍콩증권시장에서 기술적인 모라토리움(지불 유예)를 거론했듯이, 일시적인 자금 경색이다. 소위 흑자부도 상태다.

또 루살측과 거래해온 소위 '큰 손'들이 거래를 중단할 수 있다. 세계적인 원자재 거래업체인 '글렌코어'가 루살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제재로 원자재 공급 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됐다고 선언한 게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기존의 재고품이 바닥나면 더 이상 공장을 돌릴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공급 물량이 줄어드니, 알루미늄 값은 더 폭등할 것이다. 시장원리는 언제나 가동할 것인가가 관심이다. 



러시아의 다른 올리가르히 소유 대기업들이 루살과 같은 길을 간다면, 러시아 경제는 일시적으로 절단이 날 수 밖에 없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 "푸틴 대통령에 대한 서방의 압력이 가중하고 있다"면서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서방의 각종 제재에 오히려 공세로 맞서왔으나 최근 미 재무부의 올리가르히에 대한 제재가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피해를 안겨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미국 텍사스주보다도 작은 경제 규모를 지닌 러시아가 슈퍼파워 행세를 하려다 한계점에 온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나라가 절단날판인데, 러시아 정부는 손을 놓고 있을까? 아니다. 러시아 정부는 미 재무부의 제재로 직접 타격이 불가피한 올리가르히 소유 업체들에 단기자금 공급 등 긴급 지원을 약속하고 나섰다. 일각에선 러시아 정부가 루살을 국영화한 뒤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알루미늄을 최저가로 판매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다행히 국제유가가 폭등하면서 러시아 정부가 기업을 지원할 재원 확보 가능성은 높아졌다.

이와 관련, 미 뉴욕타임스(NYT)는 11일 러시아 측은 올리가르히를 겨냥한 예기치 못한 미국의 제재에 당장은 속수무책인 상태라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야권 경제전문가 에프게니 곤트마케르는 NYT에 "러시아는 지금과 같은 새로운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지 전략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진짜 고민해야 할 사람은 올리가르히들이다. 올리가르히들은 러시아내에서는 푸틴 대통령에게 순응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자산을 영국 등으로 대거 빼돌려둔 상태다. 한마디로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셈인데, 이번 미 재무부의 제재 조치로 '푸틴을 택할 것이냐? 세계 시장을 택할 것이냐'는 갈림길에 서 있다는 게 미 언론의 진단이다. 

러시아 출신 이중스파이 독살 기도 사건으로 영국 정부는 자국내 올리가르히 자산을 파악해 자금 출처가 불분명할 경우 압류하겠다는 방침도 내놓고 있다. 올리가르히들이 그동안 우크라이나와 시리아 등 푸틴 대통령의 대외 정치 군사적 공작을 재정적으로 지원해 왔다는 이유에서다. 

올리가르히들을 압박해 푸틴 대통령 지원을 포기하라는 게 서방측 주문이지만, 러시아에선 거꾸로 이번 기회에 올리가르히들이 서방으로 빼돌린 자본을 다시 러시아로 가져오도록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는 분석도 있다. 푸틴 대통령은 3.18 대선을 앞두고 올리가르히의 해외 자산을 국내로 되돌리는 캠페인을 시작했으며, 크렘린과 올리가르히 사이에 대통령 경제특보가 중재에 나섰다는 러시아 언론 보도도 심심찮게 나온다.

그래서 서방측이 러시아를 경제적으로 압박하기 위해서는 올리가르히를 이번처럼 제재하기 보다는 그들의 러시아 자산을 서방으로 유치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미 재무부의 올리가르히 제재도 그들이 겨냥한 목표로만 굴러가지는 않는다. 올리가르히들의 국내 재투자라는 변수로, 제재 자체가 국제유가 폭등에서 일부 확인할 수 있듯이 러시아 경제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힘의 작용에는 반드시 반작용이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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