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러 3각 협력의 시작은 시베리아철도 연결이 아니다"고 주장하는 까닭
"남북한-러 3각 협력의 시작은 시베리아철도 연결이 아니다"고 주장하는 까닭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8.07.12 0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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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출신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한반도 전문가다. 더 좁히면 북-러 관계에 정통하다. 그가 최근 매일경제에 실은 기고문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신북방정책 핵심인) '9개 다리' 가운데 남북한-러시아 3각 협력인 철도 연결, 천연가스관, 전력 송전 등 '3대 사업'은 가까운 미래에 실현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썼다.

란코프 교수는 "남북한이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분단을 유지한다면, 자신의 동년배인 55세의 한국인들이 서울에서 평양을 경유해 베를린으로 가는 화물열차(?)를 볼 수 있을지 약간 의심스럽다"고도 했다.


그의 논리는 간단하다. "남북한-러시아 철도 연결 이야기가 시작된 지 20여 년 되었고, 가스관 이야기도 15년 전부터 들리고 있다. 이 사업에서 결정적 역할을 할 러시아철도공사는 (북한의 철도 현대화에) 대규모 투자했다가 북한이 다시 핵 개발을 시작하거나, 한국이나 미국이 다시 강경 노선으로 선회할 경우 철도 건설은 중단되고, 막대한 손해를 입을 것이기에 보다 안정된 지역에 투자하기를 원한다."

실제로 남북한-러시아 철도 연결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다만 김정은 위원장도 실토했듯이 대충 70억~100억 달러 정도 투자해 북한 철도의 현대화 작업이 필요하다. 러시아 철도공사가 선뜻 이 큰 돈을 투자하기 쉽지 않기에 현실적으로 철도와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보다는 나진-하산 프로젝트와 같은 소규모 사업에 관심을 가질 것을 란코프 교수는 권했다. 

공교롭게도 송영길 북방경제협력위원회(북방위) 위원장이 13일 북한으로 들어가 나진항 등을 둘러볼 것으로 전해졌다. 당연히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재추진 가능성이 흘러나온다. 란코프 교수의 예측과 조언에 관심이 가는 이유다. 

중단된지 3년여가 흐른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러시아산 석탄 등의 광물자원을 (러시아) 하산-나진 철도(54㎞)로 운송한 뒤 나진항에서 화물선으로 환적하거나, 거꾸로 한-일 화물을 나진항을 통해 시베리아횡단철도(TSR)로 유럽으로 운송하는 남북한-러 복합물류 사업이다. 2014년 11월, 2015년 4∼5월과 11월 등 3차례에 걸쳐 시범운송도 진행됐다.

그러나 북한의 4차 핵실험(2016년 1월)과 2월 장거리 로켓 발사로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중단됐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유엔 제재 대상도 아니어서, 3국의 의지만 있으면 일단 재개가 가능하다. 북방위도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중점 추진사업으로 검토 중이다. 송 위원장은 지난해 7월 한 간담회에서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대해 "개성공단 복원보다도 일차적으로 이 사업을 재추진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송위원장은 이번 방북길에 러시아 하산에서 열차를 타고 나진으로 이동할 것으로 전해졌다. 의미심장한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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