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중국보다 러시아에 핵실험을 먼저 통보한 이유
북한이 중국보다 러시아에 핵실험을 먼저 통보한 이유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06.10.16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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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이 카를로프 평양 주재 러시아대사는 핵실험 실시 2시간 전에 실험 계획과 배경을 통보받았다. 그러나 중국은 겨우 20분 전에야 연락을 받았다.

지금까지 나온 보도를 보면 러시아가 중국보다 북한측으로부터 핵실험에 대한 통보를 먼저 받았다. 그래서 홍콩신문들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이하 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는 중국 공산당 16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6기 6중 전회) 기간에 임시회의를 긴급 소집해 단호한 대북입방을 천명했다.

중국 외교부는 핵실험 실시 2시간 만에 ‘제멋대로(悍然·한란)’라는 표현과 함께 “단호히 반대한다. 강력히 요구한다”라는 강력한 어조로 성명을 발표했다. 50여 년의 양국 역사에서 일찍이 찾아볼 수 없었던 강한 표현들이다.

회의에서 당 지도부는 “우리는 속았다. 북한의 핵무기는 언젠가 우리를 겨냥할지도 모른다”고 분개한 것으로 홍콩 신문들은 전한다.

특히 중국 지도부는 북한이 핵실험 하루 전까지도 중국을 속였으며 핵실험 당일에도 러시아보다 훨씬 늦게 사전 통보한 사실에 분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왜 중국보다 러시아에게 먼저 통보를 했을까? 중국을 이제는 봉으로 여기는 것일까? 최근 중국 지도부는 북한이 중국을 ‘봉’으로 여기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건 아니다. 러시아 핵관련 시설이 모두 러시아에서 온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핵관련 기술을 더 이전 받으려면 핵실험에 관한한 러시아측에게 잘 보여야 한다.

특히 핵에 관한한 북한은 중국에 자신이 있다. 중국은 대만 핵보유 때문에 약점을 갖고 있다. 그래서 한 전문가는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제멋대로 얻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중국의 경제 원조를 감사해 하기는커녕 원조액이 적다고 불만을 토로하기 일쑤”라고 전했다.

중국은 어느 때라도 북한이 총구를 중국으로 돌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베이징(北京)의 한 군부 인사는 “북-중 접경의 영토분쟁은 항상 잠복해 있는 문제”라며 “김정일의 심중에 있는 향후 전략적 동맹국은 미국 러시아 일본 중국 순”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북한과의 양자회담 개최에 동의하는 날, 북한은 중국을 배반하고 미국의 앞잡이로 ‘제2의 베트남’이 될 수 있다는 염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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