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윤근 주러시아 대사가 국내에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는 까닭?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가 국내에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는 까닭?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8.12.13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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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주미 주중 대사에게 밀려 '소외아닌 소외'를 당했는데, 이번 재외공관장 회의에서는 위상이 달라졌다

재외공관장 회의 참석차 귀국한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가 연일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만찬장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바로 옆자리에 앉아 카메라 후레쉬를 받더니, 13일에는 집중 취재 대상이 됐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로 통칭되는 한반도 주변 4강 대사중에서 주러시아 대사가 국내에서 이렇게 관심을 끈 것은 처음이 아닐까 싶다.

4강 대사가 회의 참석차 귀국하면 거의 모든 언론은 주미국 대사에게 달려갔고, 그 다음은 중국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우윤근 주러 대사에게로 몰려간 듯하다. 언론들은 13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한은 내년 상반기로 추진되고,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연내 방러 가능성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한 우 대사 발언을 크게 보도했다.

우 대사의 이같은 발언이 이 시점에서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궁금하다. 푸틴 대통령의 방한 일정은 이미 내년 상반기로 어느 정도 정해진 내용이고, 김정은의 방러 일정은 여전히 유동적이다. 우대사는 지난 11월 모스크바 부임 1주년 특파원 간담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11월 중에 러시아를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더니, 이제는 연내 방러가 힘들다고 말을 바꿨다.

시계를 뒤로 돌려보면, 11월 당시에는 누가 봐도 김정은이 곧 러시아를 방문할 것 같았고, 이제는 누가 봐도 러시아를 방문할 기미가 없다. 러시아측과 특별한 네트워크를 갖지 않는 사람도 추정 가능한 뉴스 흐름이다. 그런데 왜 뉴스거리가 되는지, 궁금하다.

물론 우 대사는 말을 바꾸게 된 연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김정은 위원장의 방러가 (성사) 될 것같은 분위기가 9월 이후에 있었다"며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오랜만에 평양을 방문했고 마트비엔코 상원의장도 평양을 방문해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10월, 11월경에도 (김 위원장이 러시아에) 오지 않을까란 분위기가 현지에서도 있었으나 올해는 못할 것 같다"며 "내년 초에도 북미 정상회담과 서울 방한이 어떻게 될지 몰라 북러 간에 정상회담이 언제 이뤄질지 현재로서는 예측이 굉장히 어렵다"고도 했다. 북방외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왠만큼 다 아는 이야기 아닌가?

그럼에도 언론들이 우 대사의 발언을 새로운 것인양 크게 쓰는 이유가 뭘까? 우선 신북방정책으로 러시아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남북한-러시아간 3각 협력 가능성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해졌으니, 언론도 가치 측면에서 우대사 발언을 크게 처리했을 수도 있다.

실제로 기자들은 남북한-러시아 철도연결 사업과 관련한 러시아의 투자 구상에 대해 우 대사에게 질문하는 등 관심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우 대사는 "(러시아가) 남북러 철도사업에 대한 생각은 있는 것 같지만, 투자나 연구를 얼마나 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한다면 한국과 같이 할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 러시아가 유엔안보리의 대북한 제재를 해제하기 위한 총대를 매고 나섰다는 점도 우리 매체의 주목을 받을 만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 대사의 정치력이 아닐까 한다. 내년에 청와대 비서실 개편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우대사는 차기 비서실장으로 유력하다고 한다. 차기 청와대 비서실장 후보라면 언제든지 언론의 주목 대상이 된다. 우 대사는 개인적으로도 언론의 관심을 모을만한 정치인이다. 그가 러시아 대사로 근무하는 것은 러시아 관련자들에게는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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