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남진을 막으려고 흑해를 봉쇄하는 나토 전략
러시아의 남진을 막으려고 흑해를 봉쇄하는 나토 전략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9.04.05 18: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토 창설 70주년을 맞아 흑해에 군비증강, 러시아는 탈출에 고군분투

흑해는 러시아가 남쪽으로 진출할 수 있는 출구다. 과거 바르샤바조약기구 회원국들이 서방측 나토 회원국으로 바뀌면서 러시아는 서쪽으로 나아갈 길이 막혔고, 남쪽도 우크라이나에 의해 봉쇄된 상태다. 다행히 5년 전에 크림반도를 병합한 탓에 흑해 제해권을 장악, 남진 탈출구는 확보했다.

하지만, 나토가 그 상황을 두고볼 리가 없다. 나토 29개 회원국은 냐토 창설 70주년을 맞아 흑해 지역에 군비를 강화하면서 러시아의 남진을 견제하는 중이다. 미 해군 함정이 수시로 흑해를 들락거리고, 인근 그루지야(조지아)와 연합 훈련도 추진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흑해 지역은 지금 러시아와 나토간에 군비 경쟁이 치열한 곳으로 변했다. 러시아는 세바스토폴의 흑해함대에 20여척의 신형 호위함과 잠수함, 전폭기와 S-400 지대공 미사일 등을 배치하는 한편 신형 조기경보 레이더 시스템을 조만간 가동할 예정이다. 

러시아 S-400 방공미사일

이미 지난해 11월 흑해에서 우크라이나 함정 3척을 나포하는 무력 행사에 나섰고, 루마니아에 배치된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을 이유로 투폴레프 Tu-22M3 전략 폭격기를 배치했다. 러시아는 또 인근지역에 신형 미사일 SSC-8을 개발, 배치했다.

러시아가 공개한 SSC-8 미사일

나토는 SSC-8 미사일 배치를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의 위반으로 비난하면서 흑해 지역으로 군사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와 군사 협력 관계를 강화하면서 최근 조지아의 포티항(港)에 4척의 나토 군함을 정박시켰다.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에서 열린 대규모 공중합동훈련에는 미국과 유럽의 7개 나토 회원국들이 참여했다. 나아가 폴란드 중부 포비즈 공군기지에 2억6천만 파운드(약 4천억원)를 투입해 대형 무기고를 건설하기로 했다.

이와관련, 스톨텐베르크 나토 총장은 3일 70주년 창설을 앞두고 "나토는 이미 흑해 주둔세력을 강화했으며 훈련과 정보공유 및 합동작전 등을 시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의 문제는 흑해의 지중해 출구를 관리하는 터키의 태도. 나토 회원국인 터키가 흑해를 통해 지중해로 진출하는 러시아 영향력을 막아줘야 하는데, 터키는 거꾸로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는 중이다. 터키는 러시아제 방공미사일 도입을 추진하면서 오랜 맹방인 미국과 마찰을 빚고 있다. 

흑해를 중심으로 러시아와 나토가 각기 군비증강에 나서고 있지만, 상대를 압도할 만큼 확실한 우위에 설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나토는 터키를 끌어들이지 못하는 한, 대러시아 봉쇄의 큰 구멍을 막지 못할 것이고, 러시아는 아무리 발버둥쳐도 나토의 포위망을 벗어나기 쉽지 않다. 충돌 없는 대치가 앞으로도 쭉 이어질 게 분명해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