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미 패트리엇트보다 '위치와 방어 각도' 측면에서 S-400이 유리하다고 설득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무기 판매 감각이 돋보인다. 드론(무인기) 등에 의해 유전시설을 공격당한 사우디아라비아 측에 러시아제 방공미사일 S-400 구매를 제안한 푸틴 대통령에 대한 미국 언론의 평가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20일 "드론의 사우디 석유 시설 공격이 미국의 오랜 무기 수출 라이벌인 러시아에 방공시스템을 판매할 '호기'를 제공했다"며 "푸틴 대통령이 재빠르게 자국의 방공미사일 S-400을 미국 방공망의 대안으로 제시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드론의 공격이 알려진 뒤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16일 열린 러·터키·이란 3국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이란과 터키가 최근 러시아 방공 미사일을 구매했다"며 "사우디에도 러시아산 방공미사일 S-300, S-400을 공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사우디의 살만 국왕이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때, 사우디측이 S-400 구매 의향을 내비친 것을 겨냥한 것이다. "최고위층의 결심만 있으면 된다"는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바로 그것이다.
드론 공격을 받은 사우디 국영회사 아람코의 원유시설 2곳에는 미국의 패트리엇트 미사일 6개 포대가 배치돼 있었다. 포대 하나당 약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데 왜 방어에 실패했을까? 패트리엇트 방공미사일도 탄도미사일이나 비행체(드론)를 원거리에서 포착해 격추할 수 있다. 다만 낮게 날아오는 비행체 탐지는 어렵다고 한다. 패트리엇트의 방공레이더를 고도가 높은 곳에 설치하는 이유다. 그러나 사우디와 같은 사막지대에는 고지대가 있을 리가 없다.
러시아의 S-400 방공미사일은 이동식 레이더 마스트(기둥)를 장착해 레이더 상의 이런 사각 지대를 없앤 것으로 전해졌다. S-400은 또 360도 감지가 가능해 어느 방향에서 날아오든 대응이 가능하지만, 패트리엇트는 지정된 방향으로만 탐지하는 한계를 갖고 있다고 한다. 이번 석유 시설 방어에 실패한 원인 중 하나도, 패트리엇트 미사일 방어 방향이 아닌 쪽에서 공격해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러시아제 S-400은 패트리엇트에 비해 실전에서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는 게 미국 측 주장이다. 실전에 나서면 적지 않는 문제가 튀어나올 것이라는 지적이다.
사실 최신 무기 판매는 성능을 완전히 검증한 뒤 이뤄지지 않는다. 최근까지 세계 무기 수출국 1, 2위를 다퉈 온 미국과 러시아의 무기 판매 경쟁은 제대로된 성능 비교 없이 '정치적 수준'에서 이뤄졌다. 사우디는 2008~2018년 미국으로부터 무기구매에 137억달러(약 16조원)를 썬 것도 어쩌면 '정치적 진영 논리'에 따른 것이다. 트럼프 미 행정부는 지난 5월에도 이란의 군사적 위협을 이유로 사우디 등 아랍 동맹국에 81억달러(약 9조6000억원) 상당의 새 무기 구매를 종용했다고 미 USA투데이가 전했다.
미-러 양국 모두 진영 논리를 통해 약간의 모호함으로 무기를 팔고, 돈을 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우리 역시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