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이 남다른 푸틴 대통령의 무기 판매술- 미국 동맹의 사우디에 S-400 방어시스템 팔겠다
촉이 남다른 푸틴 대통령의 무기 판매술- 미국 동맹의 사우디에 S-400 방어시스템 팔겠다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9.09.22 06: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드론기의 사우디 석유 시설 공격에 '방어 가능한 러시아산 S-400 구매 결정' 촉구
기존의 미 패트리엇트보다 '위치와 방어 각도' 측면에서 S-400이 유리하다고 설득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무기 판매 감각이 돋보인다. 드론(무인기) 등에 의해 유전시설을 공격당한 사우디아라비아 측에 러시아제 방공미사일 S-400 구매를 제안한 푸틴 대통령에 대한 미국 언론의 평가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20일 "드론의 사우디 석유 시설 공격이 미국의 오랜 무기 수출 라이벌인 러시아에 방공시스템을 판매할 '호기'를 제공했다"며 "푸틴 대통령이 재빠르게 자국의 방공미사일 S-400을 미국 방공망의 대안으로 제시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드론의 공격이 알려진 뒤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16일 열린 러·터키·이란 3국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이란과 터키가 최근 러시아 방공 미사일을 구매했다"며 "사우디에도 러시아산 방공미사일 S-300, S-400을 공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사우디의 살만 국왕이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때, 사우디측이 S-400 구매 의향을 내비친 것을 겨냥한 것이다. "최고위층의 결심만 있으면 된다"는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바로 그것이다. 

러시아 방공미사일 S-400 /얀덱스 캡처

 

드론 공격을 받은 사우디 국영회사 아람코의 원유시설 2곳에는 미국의 패트리엇트 미사일 6개 포대가 배치돼 있었다. 포대 하나당 약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데 왜 방어에 실패했을까? 패트리엇트 방공미사일도 탄도미사일이나 비행체(드론)를 원거리에서 포착해 격추할 수 있다. 다만 낮게 날아오는 비행체 탐지는 어렵다고 한다. 패트리엇트의 방공레이더를 고도가 높은 곳에 설치하는 이유다. 그러나 사우디와 같은 사막지대에는 고지대가 있을 리가 없다. 

러시아의 S-400 방공미사일은 이동식 레이더 마스트(기둥)를 장착해 레이더 상의 이런 사각 지대를 없앤 것으로 전해졌다. S-400은 또 360도 감지가 가능해 어느 방향에서 날아오든 대응이 가능하지만, 패트리엇트는 지정된 방향으로만 탐지하는 한계를 갖고 있다고 한다. 이번 석유 시설 방어에 실패한 원인 중 하나도, 패트리엇트 미사일 방어 방향이 아닌 쪽에서 공격해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 방공미사일 /사진출처:topnews.ru

 

하지만 러시아제 S-400은 패트리엇트에 비해 실전에서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는 게 미국 측 주장이다. 실전에 나서면 적지 않는 문제가 튀어나올 것이라는 지적이다.  

사실 최신 무기 판매는 성능을 완전히 검증한 뒤 이뤄지지 않는다. 최근까지 세계 무기 수출국 1, 2위를 다퉈 온 미국과 러시아의 무기 판매 경쟁은 제대로된 성능 비교 없이 '정치적 수준'에서 이뤄졌다. 사우디는 2008~2018년 미국으로부터 무기구매에 137억달러(약 16조원)를 썬 것도 어쩌면 '정치적 진영 논리'에 따른 것이다. 트럼프 미 행정부는 지난 5월에도 이란의 군사적 위협을 이유로 사우디 등 아랍 동맹국에 81억달러(약 9조6000억원) 상당의 새 무기 구매를 종용했다고 미 USA투데이가 전했다. 

미-러 양국 모두 진영 논리를 통해 약간의 모호함으로 무기를 팔고, 돈을 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우리 역시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