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 벨라루스 국가통합 로드맵 담판 아직 시간도, 기회도 남았다는데..
러시아 - 벨라루스 국가통합 로드맵 담판 아직 시간도, 기회도 남았다는데..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9.11.20 0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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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양국 총리급 협상에서 원만한 합의 도출 실패, 새 로드맵 제시설도
국가통합조약 체결 20주년 앞두고 양국 협상단 더욱 분주히 움직일 듯

러시아와 벨라루스간 국가통합을 위한 '로드맵' 작업은 역시 쉽지 않았다.

19일 모스크바 근교에서 열린 연례 합동각료회의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와 세르게이 루마스 벨라루스 총리는 로드맵 합의안 도출하기 위해 7시간이나 자리를 함께 했지만,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에는 이날 오전중에 상당 부분을 합의한 뒤, 나머지 쟁점은 푸틴 대통령 -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간의 담판으로 넘길 것으로 예상됐지만, 그 기대는 빗나갔다.

솔직한 대화, 이견 존재를 인정한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베스티 캡처
러시아와 벨라루스간에는 매일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는 공언하는 메드베데프 총리/얀덱스 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협상에서 가장 큰 이견은 에너지와 조세 분야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측은 회의가 끝난 뒤에 전체 로드맵의 70~80%가 합의되었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에너지및 조세 분야에서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산술적인 70~80% 합의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인다. 일부 언론은 새로운 '통합 로드맵'이 제시될 것이라고도 했다.  

에너지와 조세 분야는 재정, 즉 돈 문제다. 벨라루스에 대한 러시아의 석유가스 공급 가격이 지금처럼 생산가 기준으로 확정될 경우, 벨라루스는 에너지 보조금에 따른 재정 적자를 피할 수 없고, 조세 문제까지 러시아 요구를 받아들이면 '재정 파산' 이 우려된다. 벨라루시가 앞날이 뻔한 '통합 조건'을 수락할 이유가 없다.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새로운 통합 로드맵을 준비한다/RT 캡처

 

최종 결정권을 쥐고 있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 3월 "러시아가 2015년 벨라루스 공급 석유 가격을 인상한 이래 지난 4년 동안 무려 34억 달러를 더 지불했다"며 석유및 가스 가격의 인하를 요구했다. 이번 회의를 앞둔 지난 17일에도 “우리는 매년 러시아측이 내놓은 새 조건으로 경제적으로 잃었고, 또 잃고 있다"며 "이런 상태에서 통합이 왜 필요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형님격'인 러시아가 이번 회의에서 과감하게 양보해달라는 요구나 다름 아니다. 

동시에 벨라루스 측은 내년도 재정적자 보전을 위한 차관 도입선을 러시아로부터 중국으로 돌렸다. 러시아가 차관 제공을 무기로 '국가통합 로드맵' 합의를 요구했기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유리 셀리베르스토프 벨라루스 재무부 제1차관은 19일 의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관해 설명하면서, 재정 적자 보전을 위해 연말까지 중국 국가개발은행으로부터 35억 위안(5천800억 원)의 차관을 들여올 계획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측에 요청한 6억 달러 규모의 차관 도입을 포기했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지난 달에는 "러시아의 '정치적 차관'은 필요 없다"며 차관도입 포기 가능성은 내비치기도 했다. 

이번 회의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는 하지만, 양국이 아직 협상 의지를 버린 것은 아니다. 양국 협상팀이 러시아-벨로루시 통합조약 체결 20주년(1999년 12월)을 앞두고 '전에 없는 경제난'이라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서두른 측면도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가의 분열은 쉽지만, 통합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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