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베리아횡단열차 - 과학 예술도시 노보시비르스크의 힘찬 맥박
뉴-시베리아횡단열차 - 과학 예술도시 노보시비르스크의 힘찬 맥박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20.03.01 0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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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진자가 3천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시베리아횡단열차 여행을 하면서 신종 코로나에 대한 러시아 현지 분위기를 네이버 블로그(blog.naver.com/jhnews)로 전한 게 엊그제 같은데, 상황이 너무 변했다.

스마트폰 속 사진을 PC로 옮기는 일이 귀찮아 차일피일 미뤘더니, 한가하게 시베리아횡단열차 여행기를 올리는 게 '웃기는 일'이 됐다. 블로그 글을 빨리 이곳으로 옮겨오고 손을 털어야겠다. 블로그 속 남은 글을 모두 올린다.

노보시비르스크는 현대적인 도시다.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이어 '제3의 도시'라고 한다. 노브이(새로운)와 시비르(시베리아)를 합친, 새로운 시베리아를 상징하는 곳이기도 하다. 눈 속에 갇혀 있지만, 첫 눈에도 큰 도시다운 위세가 엿보인다. 

우랄산맥을 기점으로 서쪽 지역은 서구 유럽과 꾸준히 교류해온 러시아이고, 동쪽은 그야말로 '동토' 시베리아인데, 노보시비르스크는 광대한 시베리아로 들어가는 관문이자 새로운 개발 중심지다. 실제로 노보시비르스크시 외곽에는 과학도시 '아가템고로드'가 들어서 있다. 우리의 대전 대덕과학단지 같은 곳이다. 

노보시비르스크 시민들이 눈이 쌓인 도로를 걷고 있다.

2월의 노보시비르스크는 '눈 속'에 갇혀 있었다. 모스크바 특파원 생활이후 어쩐지 낭만스러운 '설국'이란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 도시에 쌓인 눈은 일상적인 삶을 얼마나 불편하고 짜증스럽게 만드는지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젊은 여성은 '전화'로 낭만을 찾아내는 모양이다. 카페와 식당들이 즐비한 거리의 한 고깃집 앞 의자에 한 여성이 앉아 '눈 구경(?)'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눈 속에 갇혀 있으면서도 시내를 오가는 많은 자동차와 버스, 시민들에게서 '시베리아의 힘찬 동력'을 희미하게 느낄 수 있었다. 아마 봄~가을이었다면 도시의 활력이 더욱 빛났을 터이다.

추운 날씨에 식당앞 의자에 홀로 앉아 전화하는 젊은 여성. 도로엔 아직 못다 치운 눈이 쌓여 있다.

 

노보시비르스크 오페라발레극장 작은 공원(위)과 러시아 철도청 노보 청사 앞

노보시비르스크는 또 감성을 자극하는 '예술의 도시'이기도 하다. 모스크바의 볼쇼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마린스키와 함께 '3대 극장'이라고 불리는 노보시비르스크 오페라발레극장은 시내 중심가에 있는 레닌 동상의 뒷모습을 보며 우뚝 서 있다. 극장앞 작은 공원은 2020년 새해를 축하하는 행사장으로 쓰인 듯, 시설물 일부가 남아 있고 간이 스케이트장에는 젊은이들이 열심히 얼음위를 오갔다.

노보시비르스크 오페라발레극장 앞에 만들어진 스케이트장에서 학생들이 스케이트를 즐기고 있다.
레닌 동상 뒤로 노보시비르스크 극장이 보인다.

 눈은 레닌 동상 어깨위에도, 그를 호위하듯 서 있는 소비예트(소련)인민 동상들 위에도 내려앉아 있다. 눈은 그치고 날씨는 맑아졌지만, 여러 날 쏟아진 눈은 그대로 남아 있다.

레닌 동상

다행히 우리가 방문한 날 저녁 7시에 발레 '숲속의 잠자는 공주' 공연이 예정돼 있었다. 매표소에 문의하니, 표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외국인이니 당연히 '중앙 로얄석'(정확한 표현인지는 모르겠다. 러시아어는 벨르에타쥐 бельэтаж)을 권했고, 두말 없이 중앙로얄석 2번째 열의 좌석 2장을 4천루블(8만원)에 구입했다. 울란우데에서 빈손으로 돌아서야 했던 아쉬움을 더 크고 화려한 무대에서 채울 수 있게 됐다. 

노보시비르스크 극장

흡족한 마음에 들어선 극장앞 지하철역 입구에는 흥겨운 러시아 민속음악이 흘러나왔다. 약간은 우스꽝스럽게 조합된 두 사람의 맛깔난 연주였으나 사람들은 거의 눈길도 주지 않고 제 갈길을 갔다. 아마도 오랫동안 이 곳에서 '버스킹' 을 해온 터줏대감이 아닐까 싶다.
 

극장앞 지하철 역 입구에서 버스킹 연주하는 두 남자

새벽 5시에 열차에서 내려 찾아 들어간 호텔은 1박 3000루블(6만원)짜리였으나 의외로 준수했다.(12시가 되기전, 6시에 체크인 하기위 해 700루블을 추가로 지불했다) 노보시비르스크역 대로 맞은 편에 우뚝 서 있어 바깥 풍경도 나쁘지 않았고, 어스름 새벽녘부터 부산하게 움직이는 노보시비르스크의 도시 숨결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호텔에서 본 노보시비르스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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