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베리아횡단열차 - 울란우데 노보시비르스크 맛집
뉴-시베리아횡단열차 - 울란우데 노보시비르스크 맛집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20.03.01 0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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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란우데와 노보시비르스크에 하루씩 묵으면서 고민한 게 맛집이다. 새로운 곳에서 특별한 걸 찾아먹는 재미도 여행의 큰 즐거움 속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솔직히 시베리아 내륙도시인 두 곳을 각각 대표하는 요리는 아직까지 들어보지 못했다. 10여년 전 울란우데를 찾았을 때 바이칼 호수 근처 자연산림공원 가까운 곳에서 한국여행객들을 대상으로 김치찌게 장사를 할 생각도 그래서였다. 

다만 오랜 세월이 흘렀으니, 이젠 울란우데에 한식당 하나쯤은 생겼을지 않을까 싶었다. 친구도 한식당이 좋다고 했다. 얀덱스에 '카레이스키 레스토랑' корейский ресторан 으로 검색하니, 시내 중심가에서 멀지 않는 곳에 있었다. 

하긴 울란우데 시내가 좁으니 왠만한 곳은 걸어갈 만하다. 조금만 외곽으로 걷다 보면 시베리아 특유의 목재 주택이 도시 풍경을 확 바꿔놓는다. 코리안 하우스(KOREAN HOUSE)는 도시 분위기가 달라지는 길목쯤에 있다. ​

모스크바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익숙한 한국식당과는 좀 달랐다. 역시 고려인 사장님이 운영하는 식당이다. 사장님을 찾아 그 곳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데, 출장 중이라고 했다. 그래서 다시 현지 러시아 식당을 찾기로 했다. ​

아리그 카페. '집밥'이라는 표현이 정겹다

시내로 되돌아와 발견한 레스토랑은 아리그 카페. '집밥'(домашняя кухня)이라는 표현이 우선 마음에 들었다. 깨끗한 내부 인테리어에 탁자위 메뉴판에 적힌 '수프 김치'(김치찌게)와 '라멘'(라면)이라는 단어도 반갑다. 여기도 K팝에 따라 K푸드가 들어온 것일까? 그러나 안타깝게도 저녁 메뉴(오후4시부터 밤 9시까지)다. 맛있게 보이지 않는가? 

탁자 위에 김치찌게 라면 등의 메뉴판이 얹혀 있다. 김찌치게 180루블, 소고기 정통라면 279루블, 닭고기 정통 라면 249루블, 라면 '스트리트(길거리) 푸드' 175루블.

특이하게도 이 집에는 점심시간에만 판매하는 '코스 요리'(엄밀히 말하면 가지수가 좀 적은 정식스타일)가 있다. 수프와 샐러드는 똑같지만, 매일 '메인요리'는 달리하는 듯했다. 비싸지 않다. 그래서 하나만 시켰다. '까르노나라' 파스타를 추가했다. 의외다. 탁월한 선택이다. 가성비 좋은 '집밥 식당'이 분명하다. 

러시아에서 CAFE를 그냥 '찻집' '커피집' 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냥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식당'이라고 생각하고 들어가면 된다. 

아리그 카페 점심식사. 왼쪽이 까르보나라 파스타.

아리그 카페 맞은 편에 '러시아판 스타벅스'로 불리는 '트레블러스 커피'가 보였다. 울란우데에만 서너군데가 있는 프랜차이즈 커피점이다. 

트레블러스 커피점 입구와 탁자위 홍보 메뉴

탁자위 메뉴판에 3개의 차 메뉴가 있다. "좀 비싸네!" 하면서도 2개를 골랐다. 비싼 이유가 있었다. 1인용 찻잔에 주는 차가 아니다. 차 주전자가 2개 날라져 왔다. 최소 2명, 3명이 함께 마실 수 있는 양이다. 하긴 229루블이니, 3명으로 따져도 인당 76루블 꼴, 차 한잔 값이다. 주문할 때 가격에서 짐작했어야 하는데... 

점심 메뉴 선택에서 잘 넘어갔나 했는데, 그 다음 선택에서 또 엎어지고 말았다. "날씨도 엄청 추운데, 향과 맛이 다른 뜨거운 차 마시니 좋네!"하는 친구의 말이 위안을 준다. 거기다 실내 분위기와 인테리어가 밝고 깨끗하고 모던하다. 오래 앉아 있기에도 불편하지 않다. 

트레블러스 커피점 내부. 아르바트 커리와 가까운 곳에 있는 트레블러스 커피점은 여기보다 실내 인테리어가 나쁘다. 한번 간다면 꼭 여기를 갈 것!

울란우데와 달리 노보시비르스크 기온은 영하 10도 안팎. 나다니기에 춥지는 않으나 하늘이 눈이라도 뿌릴 듯이 낮게 얹혀 있다. 모스크바 시절 늘 답답해했던 그 하늘이다. 

오페라발레극장에서 티케팅후 호텔로 돌아오면서 '노보시비리스크 한식당'을 검색하니, 마침 가까운 곳에 '친구' CHINGU가 있다. 정확히 말하면 스시도 파는 한국-일본식 식당이다. 기왕이면 '보드카'도 한잔 겯들이고 싶었는데, 또 잘못 짚었다. 그 집 '수제 음료' 였다. 맥주는 팔아도, 보드카는 안판다고 했다. 

한식당 '친구' 소개 얀덱스 자료.

외국 여행객이 '보드카라도 한잔..' 하는 날씨에, 그나마 괜찮아 보이는 레스토랑에서 보드카를 팔지 않으니, '러시아 술문화'가 바뀌어도 한참 바뀐 것 같다. 고기를 굽는(불고기) 옆 테이블에도 맥주병이 보일 뿐이다. 소주나 일본식 정종은 팔았던가? 

노보시비르스크에서 잊을 수 없는 것은 호텔 조식이다. 이 정도면 고급 호텔 수준이라고 감탄했다. 4성급 호텔, 2인실 스탠더드형이 1박 3,000루블이다, 조식은 400루블. 진열된 뷔페 메뉴는 못찍게 했다. 

호텔 조식. 서너번은 갔다올 만큼 고급호텔과 다를 바 없다.

참고로, 묵은 호텔은 노보시비르스크역 바로 맞은 편에 있는 '마린스 파크호텔 노보시비르스크'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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