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전쟁이 '러시아 금융위기'를 부르고 있다?
저유가 전쟁이 '러시아 금융위기'를 부르고 있다?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20.03.13 06: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루블화 1달러 74루블대 진입, 러 신용평가기관 "금융스트레스지수 임계선 넘었다"
쿠드린 회계감사원장 "유가 35달러, 환율 72루블 유지시 경제성장율 0"- 위기 경고

국제유가의 하락세가 진정되지 않으면서 러시아 루블화가 달러당 74루블대로 들어섰다. 루블화는 12일 모스크바 외환시장에서 장중 한때 전장 종가보다 2루블 이상 오른 75.05루블까지 치솟기도 했다. 루블화 환율이 75루블을 넘어선 건 2016년 2월 이후 처음이다. 

러시아가 방아쇠를 당긴 '저유가 전쟁'은 루블화 가치 하락 등 러시아 금융시장에 곧바로 타격을 가하고 있다. 현지 신용평가기관이 '금융 위기 도래'를 경고하고, 전문가들은 경제성장률 0% 가능성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신종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유행) 현상에 유가 폭락이 또다시 러시아 경제회생의 발목을 잡아채는 모양새다.

아르카, 러시아에 금융위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얀덱스 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신용평가기관 '아크라'(러시아어로 АКРА)는 11일 금융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아크라'는 미국 주도의 신용평가 시스템에 불만을 갖고 있던 러시아 금융기관·단체 27개사 2015년 발족한 순수 러시아 신용평가기관. 자체적으로 개발한 FSI (Financial Stress Index 금융스트레스지수)로 금융시장을 평가한다.

아크라 측은 "FSI지수가 3월들어 빠른 속도로 금융위기 임계선(2.5 포인트)을 넘어 3.1포인트에 도달했다"며 "금융위기가 닥쳐온다는 신호"라고 경고했다. 아르카 측은 러시아 금융위기의 주 원인으로 '신종 코로나 팬데믹 현상'에 따른 석유 수요의 감소를 들었다. 유가의 지속적인 하락은 러시아 경제에 타격을 준다는 것.

국제유가가 폭락한 지난 2016년에도 아르카가 '금융위기'를 경고했지만, 러시아 금융시장은 무너지지 않고 잘 버텨냈다는 반론도 없지 않다.

쿠드린, 러시아의 성장률 저하 인정/TV캡처 

러시아 경제가 다시 어려운 시기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은 잇따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경제 교사'로 알려진 알렉세이 쿠드린 러시아 회계감사원장(전 재무장관)은 12일 국제유가가 향후 1년간 배럴당 35달러 수준에 머물고, 루블화가 달러당 72루블을 유지할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은 거의 0%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러시아 재정수입이 3조 루블(50조 원)가량 줄면서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2%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쿠드린 원장은 배럴당 40루블이나 그보다 조금 높은 유가가 형성되면 상황은 다소 나아지겠지만, 경제성장률은 어차피 0%에 가까울 것이며 재정적자도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러시아 정부는 향후 국제유가를 어떻게 예상하고 있을까? 
파벨 소로킨 에너지부 차관은 이날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에너지부는 올해 하반기에 배럴당 40~45달러로의 복귀는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며 "특별한 조치가 없이는 45~50달러 수준 회복은 내년에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소로킨 차관은 "러시아가 사우디아라비아와 국제원유시장에서 유가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며 "현재 유가는 산유국들이 생산을 늘리거나 시장이 증산으로 해석할 수 있는 일련의 조치들을 발표한 데 따른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배럴당 45~55달러의 유가가 균형 잡히고 공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