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폭락하면 러시아 집값도 떨어진다, 구매 타이밍은 언제?
국제유가가 폭락하면 러시아 집값도 떨어진다, 구매 타이밍은 언제?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20.03.15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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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러시아 루블화가 달러당 70루블 선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당분간 72~75루블의 박스권을 형성하면서 등락을 거듭할 전망이다. 금융시장엔 또다시 '위기설'이 나돌기 시작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현지 언론에는 주택 시장에 대한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러시아 경제전문 매체 РБК는 최근 러시아를 뒤흔든 3차례의 경제위기와 주택 가격의 상관관계를 따져보는 기획기사를 실었다. 국제유가 하락과 맞물려 있는 3차례 경제위기는 러시아의 집값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까?

유가하락으로 모스크바 집값엔 어떤 일이 벌어질까?/현지 언론 РБК 갭처
모스크바 전경/사진:픽사베이

РБК가 선정한 3차례 경제위기는 1998년과 2008년, 2014~15년이다. 매번 다른 원인으로 시작된 경제체제의 불안정이 유가의 붕괴를 계기로 위기로 치달았고, 모스크바 주택 가격의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게 핵심이다. 

첫번째 분석 대상은 러시아가 모라토리엄(대외채무 지불유예)를 선언한 1998년 금융위기다. 한국의 IMF 사태 등 아시아 금융시장의 불안과 막대한 공공 부채 등으로 러시아 정부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손을 든 시기다. 금융시장은 곧바로 멈춰섰다. 근본 원인은 국제유가의 추락이다. 러시아 외화 수입의 태반을 차지하는 원유가격이 곤두박질치자, 러시아 정부의 재정 상태가 막다른 골목으로 몰렸던 것이다.

당시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20달러대. 아시아 금융위기가 심화하던 1997년 10월, 미국의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값은 배럴당 22달러로 떨어졌고, 1998년 12월에는 11달러로 곤두박질쳤다. 이 기간 모스크바의 주택 가격은 평균 평방미터(㎥)당 700달러에서 30~35% 하락했다. 이 때만해도 러시아에서는 달러가 공공연하게 통용되는 시기여서 모스크바 집값도 달러로 산정되고, 거래됐다.

금융위기는 모스크바 주택 시장에 큰 어려움을 안겨줬으나, 거꾸로 부동산 시장의 발전을 촉진하는 계기가 됐다. 주택 건설이 활발해졌고, 3년 가량 지난 2001년 집값은 상승세로 돌아섰다.

모스크바 평균 집값이 ㎡당 981달러(98년 8월)에서 671달러(2000년 6월)로 31.6%가 하락했다.

10년 뒤인 2008년 2차 경제위기가 찾아왔다. 소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촉발된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세계를 강타하면서 개발 도상국에는 유동성 위기가, 세계 석유시장에는 유가 폭락의 악몽이 덮쳤다. 또 다시 모스크바 주택 가격은 30~35% 폭락했다. 그러나 루블화 환율이 오르면서(달러당 루블화 가치 하락), 루블화 거래 가격은 10~15% 떨어졌다. 루블화환율이 달러당 20% 가량 올랐다는 뜻이다.

모스크바 평균 집값이 2008년 10월 ㎡당 6,114달러에서 3,864달러(2009년 9월)로 36.8% 하락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유가 폭락으로 루블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달러당 65루블에서 72루블) 지금도 러시아의 주요 생필품 가격은 물론, 가전제품과 자동차 등 고가 제품의 가격이 10% 가까이 올랐다. 환율 상승에 따른 자연적인 인플레이션 현상이라고 보면 된다. 

당시 러시아 부동산 시장은 이미 10년 전과는 크게 달랐다. 세계적인 집값 상승 추세에 힘입어 러시아의 부동산 개발업자(디벨로퍼)들도 외자를 대규모로 유치해 빌딩과 아파트를 짓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배럴당 100달러를 넘는 고유가 행진을 거듭해온 국제유가가 '미국발 금융위기'와 만나 두어달 만에 50달러 이상 폭락(2008년 7월 배럴당 145달러에서 9월 91달러로)하자, 외국 자본은 러시아를 탈출하기에 급급했다. 대규모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파산했고, 부동산 시장은 올 스톱됐다.

다행히 미국이 주도한 세계적인 유동성 확대 정책으로 '금융위기'는 비교적 빠르게 탈출구를 찾았고, 러시아의 주거용 부동산 시장은 회복 국면으로 들어섰다. 10년 전과는 다른 흐름이었다. 

2014~15년 위기는 '러시아가 스스로 자초한 위기'라고 할 수 있다. 2014년 3월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으로 미국 등 서방진영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에 나서고, 이에 맞서 러시아도 농수산식품 금수 조치를 취하면서 경제적 실물위기가 시작됐다.

그해 중반까지 배럴당 105~115달러로 안정세를 보이던 국제유가는 9월 들어 하락 국면으로 접어들더니, 급기야 12월에는 배럴당 60달러로 떨어졌다. 본격적인 위기의 시작이었다. 이미 2차례에 걸친 경제위기의 학습효과로 큰 손들이 일찌감치 주택시장에서 '손절매'에 나섰고, 모스크바 집값은 2014년 말~2015년 초에 이미 반토막났다.

모스크바 평균 집값은 ㎡당 5,017달러(2014년 7월)에서 2,266달러(2016년 2월)로 54.8% 떨어졌다/현지 매체 РБК캡처

6~7년 전 미국발 금융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루블화 환율이 치솟는 바람에 '루블화'로 거래되는 모스크바 집값은 15~20% 가량 떨어졌으나, 달러 가치로 산정하면 그 폭은 55%에 달했다. 당시 우리가 모스크바에 집을 산다고 하면, 원화를 달러로 바꾸고, 또 루블화로 바꿔 지불할 것이니, 반값에 모스크바에 집을 장만할 수가 있었다는 뜻이다.

다만 러시아 정부의 부동산 살리기 정책은 과거 2차례와 달랐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금방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전망에 실수요자들도 선뜻 주택 구입에 나서지 않고, 주택 거래가 완전히 얼어붙자, 정부는 주택 담보대출(모기지 론) 지원 방안을 내놨다. 실수요자들에게는 주택 구매 의욕을, 개발업자들에게는 신규 자금 지원 성격을 띤 정책이었다. 

그렇다면 국제유가가 러시아(모스크바) 주택 가격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모스크바 플레하노바경제대학의 도시건설 전공 겐나디 스테르니크 교수는 "국제유가는 ▽환율 등락 등 금용적 요소 ▽ GDP의 성장률, 산업생산, 실업률 등과 거시 경제적 요인 ▽ 주택 담보 대출 등 주택 구입 조건 ▽ 인플레이션 등에 영향을 미치고, 그 결과 집값의 등락이 결정된다"고 밝혔다. 학술적인 분석이다. 

보다 상식적으로 말하면, 국제유가가 오르면, 러시아의 외화수입이 늘면서 경제가 활성화하고, 가계수입 증가에 따른 주택 수요가 부동산 시장에 몰리면서, 집값은 오른다. 유가가 떨어지면 그 반대다. 다만, 그 등락의 폭이 어느 정도인지, 또 사고 파는 적기가 언제인지를 파악하기가 어려울 뿐이다. 

'모스크바 집값은 국제유가의 흐름을 2~4개월쯤 뒤에 따라간다'는 분석이 일부 전문가들에게서 제기된다.

예컨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7월 초에서 12월 말까지 국제유가는 거의 70% 떨어졌다. 그러나 집값은 계속 상승하다가 11월들어 떨어지기 시작해 2009년 9월까지 계속됐다. 또다른 예로는 2012년 3월에서 6월까지 4개월만에 국제유가가 25% 떨어졌으나 주택 가격은 2개월 뒤인 5월부터 떨어져 8월까지 10% 하락했다. 

국제유가가 집값에 미치는 영향을 가장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역시 흐름을 비교해 보는 것이다. 현지 매체 РБК는 3번째 경제위기가 시작된 이래 지난해 초까지 국제유가와 집값을 비교하는 그래표를 실었다.

러시아 집값은 통상 분양시장 가격(первичный рынок жилья)과 주택매매시장 가격(вторичный рынок)으로 나뉜다. 러시아 아파트 건설업체(통상 디벨로퍼라 부른다)는 골조만 세운 뒤 일반인들에게 분양한다. 분양받는 수요자가 자기의 필요와 취향에 따라 내부 설계에 인테리어와 마감까지 책임지는 시스템이다. 분양받는 것과 기존의 집을 사는 것에는 모두 각각의 장단점을 갖고 있어 집값 흐름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빨간 선은 분양가격, 파란 선은 주택매매가격, 회색 선은 국제유가 흐름을 나타낸다. 왼쪽 축은 평방미터당 가격(루블), 오른쪽 축은 배럴당 유가/ 자료 출처:РБК

위 그래프를 보면, 국제유가는 2014년 1~3사분기에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가 곤두박질쳤다. 2016년 1~2사분기에 30달러선까지 떨어졌다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분양가격은 국제유가에 영향을 받지 않고 꾸준히 오름세를 보인다. 국제유가가 떨어지더라도 달러당 루블화 가치가 함께 떨어지는 바람에 집값은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다. 반면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같은 비율로 집값도 오른다.

반면 국제유가가 하락하더라도 주택매매 가격은 일정기간 상승했지만, 어느 수위에 이르자하락세로 돌아섰고, 유가가 바닥을 친 뒤에는 오히려 분양가격 아래로 떨어지는 흐름을 보였다.

아무 것도 없는 골조상태의 집과, 인테리어가 끝난 집의 가격을 비교하면. 상식적으로 인테리어가 끝난 집의 가격이 높아야 한다. 그런데 왜 2016년 4사분기 이후 가격이 서로 역전됐을까?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부유한 러시아인 10%에서 찾고 있다. 고소득 상위 10%만이 국제유가 변화에 민감하고, 자기 취향에 맞춰 집을 새로 꾸밀 만큼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집의 공급량이 이미 줄어든 것도 원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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