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로 주목받는 러시아 제약사 '알-팜' - 옥스퍼드대 백신도 생산
신종 코로나로 주목받는 러시아 제약사 '알-팜' - 옥스퍼드대 백신도 생산
  • 송지은 기자
  • buyrussia3@gmail.com
  • 승인 2020.07.20 0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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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치료제 개발에 일양약품과 임상 시험, 옥스퍼드대 백산 생산까지
일부 언론 "알팜사 CEO와 골리코바 부총리, 보건부와 결탁? 의혹 제기

신종 코로나(COVID 19) 시대에 러시아에서 가장 주목받는 제약회사는 '알-팜'(R-Pharm, Р-Фарм 에르 파름)사이다. 해킹 논란마저 불러 일으킨 영국 옥스퍼드대학-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의 코로나 백신(개발 중)을 러시아에서 처음으로 생산하겠다고 나설 정도다. 이미 '아스트라제네카'와 합의를 끝냈다고 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알-팜'의 알렉세이 레픽 이사회 의장은 17일 영국과 스웨덴 합작의 '아스트라제네카'와 러시아에서 신종 코로나 백신을 생산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레픽 의장은 '알-팜'이 러시아내 자체 공급을 넘어 중동과 동남아, 유럽, 독립국가연합(CIS) 등 30~50개 국가에 백신을 공급하는 '백신 허브'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제약사 신종 코로나 옥스퍼드 백신 생산 결정/얀덱스 캡처 
아스트라제네카와의 신종 코로나 백신 생산 합의/알-팜 홈피 캡처

'알-팜'의 이같은 발표는 세계 제약업계에 일단 충격적이다. 옥스퍼드대와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중인 신종 코로나 백신 연구 자료를 러시아 정부의 지원을 받은 해커그룹 '코지 베어'가 해킹하려 한다는 영국 사이버안보센터(NCSC)의 전날 성명마저 무색하게 만들었다.

러시아 정부가 NCSC의 해킹 폭로를 즉각 부인하기 했으나, 의혹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한 상태에서 '알-팜'이 백신을 합작 생산하기로 했다니,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알-팜'은 의약품과 실험 장비, 의료 장비 등을 개발·생산·판매하는 회사로, 러시아 국부펀드인 직접투자펀드(RDIF)와 일본 미쓰이(Mitsui) 그룹 등이 지분을 갖고 있다. 옥스퍼드대 백신의 해킹 의혹 제기에 RDIF의 키릴 드미트리예프 CEO가 직접 나서 이를 부인한 이유다.

그의 해명은 단순하다. '알-팜'이 '아스트라제네카'로부터 백신 생산을 위해 관련 기술을 이미 받았는데, 백신 정보를 훔칠 이유가 없다는 것. 키릴 드미트리예프는 러시아가 코로나 백신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러시아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센터'가 개발한 백신은 임상 1상을 마치고, 8월 중 3상 시험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영국의 NCSC 측은 양국의 백신 개발 진행 과정이 비슷하다며 러시아측의 해킹 가능성을 제기했으니, 의혹은 여전히 남는다. 

'알-팜'은 러시아에서 신종 코로나 치료제 발굴에도 앞장서고 있다. 자체 개발한 항바이러스제 '코로나비르' Коронавиp 는 최근 러시아 보건당국으로부터 신종 코로나 공식 치료제로 승인을 받았다. 일본이 개발한 항바이러스제 '아비간' 복제약 '아비파비르'와 류마티스 관절염 '레빌리맙' 성분의 '일시라'에 이어 3번째다.

러시아 바이오업체 '비오카드'는 지난 6월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레빌리맙'(Levilimab, Левилимаб)을 2번째 치료제(브랜드는 '일시라' Ilsira, Илсира)로 보건부에 정식 등록했다. 

일양약품과의 임상 시험 승인

'R-팜'은 "코로나비르는 신종 코로나 합병증이 아니라 바이러스 자체와 싸우는 세계 최초의 약물 중 하나"라고 큰소리쳤다. 코로나비르 임상시험은 지난 5월 말 러시아 중앙전염병학 연구소 주도로 실시됐다고 한다.

'알-팜'이 국내에 널리 알려진 것은 일양약품의 공시 때문이다. 일양약품은 지난 5월 러시아 정부로부터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인 ‘슈펙트’를 신종 코로나 치료제로 개발하는 임상 3상 시험을 승인받았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측 파트너가 바로 '알-팜'이다. '알-팜'은 지난 5월 28일 자사 홈페이지에서 일양약품과의 임상시험 승인 내용을 올렸다. 

우트로뉴스 골리코바-레피크를 위해 캡처

잘 나가는 '알-팜' 뒤에는 '러시아의 신종 코로나 대책을 총괄하는 타티아나 골리코바 부총리가 있는 게 아니냐'는 추적 기사도 나왔다. 우트로뉴스(утроnews, 아침 뉴스라는 뜻)는 지난 10일 '골리코바(부총리) - 레피크를 위해' Голикова – за Репика 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알레세이 레피크 '알-팜' CEO와 골리코바 부총리 사이의 결탁 의혹을 제기했다.

신종 코로나 치료제로 새로 등록된 '코로나비르'가 첫번째 등록 치료제인 '아비파비르'와 다를 바 없는 파비피라비르 약물 성분의 제네릭(복제 의약품)인데, 서둘러 치료제로 등록됐고, 지난해에도 고가의 마취제 제네릭 약품 판매가 손쉽게 허용됐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뒤를 봐주고 있다는 의혹 제기다.

또 러시아 반독점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보건부의 묵인 아래 '알-팜'이 중소기업 고유 분야에 진출했다는 불공정행위에 대한 의혹을 조사했지만, 흐지무지 종결됐다는 점도 의심스러운 대목이라고 이 매체는 지적했다. 

우트로뉴스에 따르면, 두 사람간의 연계고리로는 골리코바 부총리의 남편이자 전 통상부 관료 출신인 빅토르 흐리스텐코가 지목됐다.

'알-팜'의 향후 행보에 관한 전망도 시니컬하다. 러시아 국민에게 곧 '만병 통치약'을 팔고, 신종 코로나 백신도 제공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공교롭게도 '알-팜'이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백신을 생산하기로 했다니, 진짜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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