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을 깨고 예측불허의 국면으로 접어드는 벨라루스 정국
예상을 깨고 예측불허의 국면으로 접어드는 벨라루스 정국
  • 송지은 기자
  • buyrussia3@gmail.com
  • 승인 2020.08.14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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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셴코 대통령, 폭력적 연행 조사및 해결 지시 - 내무부 장관 고개 숙여
노벨문학상 수상자 루카셴코 하야 촉구, '인간 사슬' '솔리다르노시티' 시위

부정선거를 규탄하며 불복 시위에 나선 야권지지자들에 대한 국내외 지원세력이 늘어나면서 벨라루스 정국은 13일 대규모 시위 닷새째를 맞아 예측불허의 국면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내무부 수장, 시위 현장에서 우발적 부상자들에게 사과/얀덱스 캡처 
루카셴코 대통령, 폭력적 연행 문제 해결 지시/얀덱스 캡처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시위 자체를 '불온한 외부세력의 개입'이라며 강경 진압을 고수해온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이날 폭력적인 시위대 연행 문제의 해결방안을 찾으라고 지시했다. 또 시위 진압을 책임진 내무부 장관이 현장에서 우발적으로 부상당한 시민들에게 고개를 숙이는 등 벨라루스 당국은 기존의 강경 자세를 일부 누그려뜨렸다.

반면, 이날 시위 현장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많은 시민들이 몰려들어 부정선거를 규탄하고, 강경진압에 항의하면서 구속자 석방을 요구했다. 시위도중 사망 사고가 발생한 수도 민스크 시내 '추모 장소'에는 꽃을 든 시민들이 발길이 계속 이어졌다. 이날 오후에는 민스크 주재 외국대사들이 '추모 현장'을 찾아 추모하는 등 국제사회가 평화적인 시위를 지원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민스크에서 연행자들과의 '솔리다르노스티'(연대) 움직임/얀덱스 캡처
손을 잡고 '인간 사슬'을 만든 시위대와 진압경찰/러시아 TV영상 캡처

앞서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벨라루스의 대선 과정이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았다"며 "폭력 진압과 선거 결과 조작 등에 책임이 있는 이들을 처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장을 취재중인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민스크 시위의 특징은 '인간 사슬' 만들기와 '솔리다르노스티(연대)'를 본딴 '무저항 시위'다. '인간 사슬' 시위는 구소련의 붕괴 전, 발트 3국이 소련에서 독립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손에 손잡고,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 리투아니아를 하나로 연결했던 '상징적인 무저항 시위'다. '솔리다르노스티'는 폴란드 민주화의 대부 '바웬사'가 노동자 파업을 전국민의 단합으로 묶어낸 노조다.

민스크에서는 이날 꽃을 든 여성들을 중심으로 시민들이 서로 손을 잡고 주요 도로를 연결하는 '인간 사슬'을 만들었고, 민스크 자동차 공장 등 주요 대형 사업장 노동자들은 야권의 불복 시위를 지원하고 동참을 선언했다.

꽃을 들고 시위 현장에 나온 여성 참가자들/러시아 언론 동영상 캡처

또 2차세계대전에 참전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생생한 증언으로 담아낸 다큐멘터리성 책 '전쟁의 여성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등으로 2015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12일 자유유럽방송과 인터뷰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을 향해 "사람들을 끔찍한 내전의 수렁에 내던지기 전에, 너무 늦기 전에 떠나라"며 하야를 촉구했다. 그녀는 "당신(루카셴코)은 그저 권력을 원할 뿐이고 당신의 욕망은 결국 피로 물든 채 끝날 것"이라며 "시위대 해산 방식도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비인간적이고 악마 같다"고 비난했다.

이날 현지 소셜미디어(SNS)에는 치안당국 소속 요원들이 시위 강경 진압에 대한 항의의 의미로 군복을 벗어 쓰레기통에 집어던지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벨라루스의 이번 시위는 지난 9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이 부정 선거를 저질렀다는 야권 지지자들의 규탄으로 촉발됐다. 이튿날 루카셴코 대통령의 당선이 발표된 뒤, 야당 여성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노프스카야가 대선불복을 선언하면서 시위는 '대선 불복' 양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벨라루스 당국이 물대표와 최루탄, 섬광탄 등으로 시위대 해산에 나서면서 시위자들을 폭행, 무차별적으로 연행하자, 이에 항의하는 시위대는 더욱 늘어났다. 그 과정에서 최소 2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부상하거나 입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나흘 동안 경찰에 연행된 사람만 6천여명에 이른다. 

선거 과정에서 '돌풍'을 일으킨 티하노프스카야 후보는 대선 출마를 준비하다 당국에 체포된 유명 블로거 세르게이 티하노프스키의 아내로, 남편 대신 후보로 나섰다. 그녀는 다른 야권후보들의 여성들과 단합해 '정권 교체'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티하노프스카야는 개표 결과, 10.09%를 득표하는 데 그쳤고, 이에 재검표와 선거 무효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녀는 당국의 강압에 의해 지지자들에게 시위 자제를 요청하는 동영상을 촬영한 뒤 인근 에스토니아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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