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 회복 나발니, 이젠 계단 오르내려? - 중독의 '진실게임' 더욱 가열될 듯
의식 회복 나발니, 이젠 계단 오르내려? - 중독의 '진실게임' 더욱 가열될 듯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0.09.20 0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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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발니, SNS에 '계단 사진' 올려. "전화기는 돌이나 다름없고, 물따르는 건 마법"
빠른 회복세에 '노비촉' 중독 맞아? 의문 제기 - 나발니측 "개인 물품에 독 없다"

독극물 '노비촉' 중독 증세로 독일에서 치료 중인 러시아의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19일 SNS 인스타그램에 계단을 내려가는 자신의 사진을 올리면서 베를린 샤리테 병원 의료진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나발니는 인스타그램에서 "당신들(독일 의료진)은 나를 단지 '기술적으로 살아만 있는 사람'에서 다시 '현대 사회의 고등 생명체가 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사람'으로 바꿨다"며 "인스타그램을 빠르게 움직일 수 있고, 주저없이 '좋아요'를 누르는 위치를 이해하는 사람이 됐다"고 적었다.

나발니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나발니, 중독이후 회복 과정을 공개. 오른쪽은 그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2장의 사진 모자이크/얀덱스 캡처 

그는 또 파란 장갑을 낀 손으로 계단의 난간을 살짝 잡은 사진의 컨셉에 맞추 듯이 "이제 나는 계단을 오르내릴 때 다리가 떨리는 남자"이라며 "오! 이건 계단. 올라가고 싶으나 엘리베이터를 찾아야 한다"고 썼다. 또 "전화기는 돌처럼 아직 쓸모가 없다"며 "걸을 수는 있지만, 유리 잔에 물을 따르는 것은 마법같은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불편한 몸과 함께 언어 기능 등 지능 회복도 더디다는 점을 강조하듯 "의사가 원하는 것을 대충 이해했지만, 어디에서 단어를 가져와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머리 어디에 그것들(단어)이 나오는지, 단어를 찾을 수 있는 곳과 그 뜻이 무엇인지?" 라고 묻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이같은 빠른(?) 회복세는 어느날 갑자기 불거진 톰스크 호텔방의 '물병 노비촉설'과 함께 나발니 측의  '노비촉' 중독 주장을 무색하게 만든다는 반론도 일각에서 나온다. 외신보도로만 보면, 같은 유기인산염 계열의 독극물 사린가스나 VX(북한 김정남 독살 물질)보다 독성이 10배나 강하다는 노비촉에 중독된 그가 어떻게 저렇게 빨리 회복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의식을 회복한 뒤 가족들과 함께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린 가족 사진

 

스크리팔 부녀의 노비촉 중독 전 모습/SNS

영국에서 '노비촉'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출신 이중스파이 '스크리팔 대령'의 부녀 사건에서는 딸이 한달여만에 공식석상에 나타난 바 있다. 나발니가 스크리팔의 딸보다 체력이 뛰어나거나, 미량의 독극물에 중독되는 바람에 회복이 빨라졌을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 

갑자기 불거진 '호텔방 물병'에 대해서는 러시아 크렘린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이 '소설같은 이야기(?)'라는 반응이다.

(나발니의) 부패재단, 나발니 물품에서는 독극물 흔적이 없었다고 주장/얀덱스 캡처

나발니 측은 호텔방 병의 출처에 대해 "그가 쓰러진 뒤 호텔방으로 가 남은 물품을 수거해 독일로 보냈다"고 했고, 그와 함께 응급 비행기를 타고 독일로 간 동행자 마리아 페프치흐는 "문제의 병을 내가 독일로 갖고 갔다"고 했다.

앞서 독일 주간지는 나발니가 소지하고 있던 물병에서 노비촉 흔적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중독 뒤 물을 마시다 흔적을 남긴 것이라는 해석도 달았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나발니의 키라 야르미쉬 대변인은 19일 자신들은 독일 실험실로부터 나발니 개인 소지품에 대한 독극물 자료를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톰스크 호텔 방에서 간 물품외에는 독극물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나발니의 호텔 방에서 노비촉의 흔적이 남은 병이 발견될 수 있는지 근본적인 의문을 표시했다. 그는 "누군가가 (호텔방에 있던)그 병을 어딘가로 갖고 갈 수도 있다(?) -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했다.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물리적(시간적)으로 불가능하거나, 여러 정황상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없다는 뜻이다. 나발니 측은 톰스크에서 옴스크로 가는 직항 항공편이 없어, 노보시비르스크까지 자동차로 간 뒤 비행가를 탔다고 주장했다. 시간적으로는 독일 항공편에 전하는 게 가능해 보인다.

다만, 나발니측이 동영상으로 보여주었듯이, 문제의 물병들을 어떻게 '항공기에 실을 수 있었을까?' 하는 점이다.     

독일 정부는 지난 2일 군 연구시설의 검사 결과, 나발니가 '노비촉'에 노출됐다는 "의심의 여지 없는 증거"가 나왔다고 했고, 프랑스와 스웨덴의 연구소도 이를 확인했다. 그러나 그를 처음 치료한 러시아 병원과 당국은 나발니에게서 독극물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나발니는 의식을 회복하고 움직이고 있지만, 그의 중독을 둘러싼 '진실 게임'은 아직 끝이 보이지 않는다. 진실의 키는 누가 쥐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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