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스 화약고 '나고르노-카라바흐' 또 무력충돌 - 어떻게 봐야 하나
카프카스 화약고 '나고르노-카라바흐' 또 무력충돌 - 어떻게 봐야 하나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0.09.28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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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vs 회교, 유럽계 vs 튀르크계의 복잡한 국가 구성으로 해결 난망
소련 붕괴로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나고르노-카라바흐 모두 독립?

카프카스 지역의 '앙숙'인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가 27일 다시 충돌했다. 서로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는 태세다. 러시아와 유럽연합(EU), 미국 등은 양측에 무력 사용 자제를 요구했지만, 무력 충돌을 막을 뾰족한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양측이 서로 먼저 공격을 시작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최초 도발 상황은 분명하지 않다. 27일 아침(현지 시간) 양측의 분쟁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무력 충돌이 발발해 군인과 민간인 등 적어도 수십명이 목숨을 잃은 것은 분명하다. 

아르메니아 국방부 측이 발표한 무력충돌 상황/사진출처:아르메니아 국방부, 동영상 캡처

'분쟁 지역'을 실효지배 중인 아르메니아의 니콜 파쉬냔 총리는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아제르바이잔이 또다시 우리에게 전쟁을 선포했다"며 "우리의 신성한 조국을 지킬 준비를 하자"며 국민 총동원령을 내렸다. 그러면서 "약 30대의 적 전차및 장갑차, 20대의 드론을 파괴하고, 200명의 아제르바이잔 군인이 사망했다"고 전과를 발표했다. 

이에 맞서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은 "나고르노-카라바흐는 아제르바이잔의 땅"이라며 "우리의 명분은 정의롭고, 승리할 것"이라며 계엄령을 발령했다. 상대 측 손실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은 아제르바이잔측의 이번 공격으로 상당한 인적 물적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제르바이잔 국방부측이 발표한 포격장면/사진출처:아제르바이잔 국방부

이 곳은 구소련시절부터 모스크바 중앙정부가 골머리를 앓던 민족및 종교 분쟁지역이다. 기독교(아르메니아 정교)의 주민이 다수 살고 있지만, 영토는 엄연히 아제르바이잔 땅이었다. 

소련의 붕괴라는 혼란시기에 나고르노-카라바흐도 소련의 다른 민족공화국들과 마찬가지로 '독립'을 선포했으나,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 궁극적으로 같은 민족인 아르메니아와 통합하겠다는 이 지역을 아제르바이잔이 그냥 두고 볼 리가 없다. 1992∼1994년 아르메니아 측과 한판 크게 붙었으나 오히려 패퇴했다. 나고르노-카라바흐는 물론, 인접한 아제르바이잔 영토 일부까지 넘겨줬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땅과 인구, 자원(석유) 등 모든 면에서 아제르바이잔은 아르메니아에서 앞선다. 고토 회복의 꿈을 꿀만하다. 전쟁 후 나고르노 카라바흐에게 빼앗겼던 땅을 러시아 언론은 '정착촌' 이라고 부른다.

최근의 '무력 충돌'은 주로 이 정착촌을 중심으로 벌어진다. 아르메니아와 나고르노-카라바흐 지도부는 정착촌마저 상대에게 넘기주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방어에 나서는 셈이다. 

양측 무력충돌에 따른 민간인 피해/페북 캡처

그동안 크고 작은 충돌로 희생자들이 숱하게 나왔으나, 해결 방안은 여전히 막막하다. 누가 무슨 명분으로 이들의 공격과 수비를 제어할 수 있겠는가? 양측의 자제를 요청하는 길 외에는 없다.

더욱이 중동의 맹주를 꿈꾸는 '나토(NATO) 회원국 터키가 시리아 사태에 적극 개입하고, 같은 튀르크계 회교국인 아제르바이잔을 지원하고 나서니, 서방측으로도 곤혹스럽다.

이번 충돌로 서로 수십명이 사망하고, 부상했다는 발표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이 '국제 분쟁'에서 발을 빼는 사이, 각 지역의 안보상황은 더욱 위태로워졌다. 미국과 러시아가 예전처럼 국제 분쟁에 적극 개입해야 하는데, 둘 다 제 밥그릇 챙기기 급급하니, 국제사회로서는 답답할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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