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러시아를 알고, 서로 소통하는 유튜버들의 세계
한국과 러시아를 알고, 서로 소통하는 유튜버들의 세계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4.19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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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문학 미술 전문 채널 '리드 러시아'- 김은희 교수
'소련 여자'를 필두로 한국 음식, 한국 생활 소개 채널 인기

'유튜버 언론'(?)이 대세인 탓인지 한-러 문화예술 교류와 삶의 현장을 다루는 유튜브 채널들이 늘어나고 있다. 러시아(소련)란 특수성으로 인해 원래 일반인의 관심이 그리 높지 않는 분야였지만, 한두 명의 인플루언스가 만들어낸 인기가 분야의 폭을 넓히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유튜브 채널 '리드 러시아(러시아를 읽다)'/유튜브 캡처

러시아에서 오랫동안 유학한 문학박사 김은희 국민대 초빙교수가 최근 러시아 문학과 미술을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 ‘리드 러시아(Read Russia)’ 를 개설했다. 러시아 그림들을 소개하는 책 '그림으로 읽는 러시아'(2014)와 러시아 미술관(박물관) 기행을 담은 '프롬나드 인 러시아'(2020)로 이미 잘 알려진 전문가다.

그러나 김교수의 원래 전공은 러시아 문학. 한국외대 노어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모스크바 국립대학교에서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에 관한 연구로 러시아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리드 러시아' 채널의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 영상/캡처

러시아 문학 전공에 미술에 대한 관심과 애착심이 접목돼 만들어진 '융합 콘텐츠의 산실'인 채널 '리드 러시아'에는 두 분야의 콘텐츠 20여개가 올라와 있다. 막심 고리키의 자전적 3부작 '어린 시절'과 '세상 속으로', '나의 대학' 을 깊이 있게 분석한 뒤 핵심 내용을 전하는가 하면, 우리에게 친숙한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이란 테마로 새롭게 소개한다. 도스토예프시키의 '죄와 벌', '세여인과 자녀 이야기'도 관심을 끌만 하다.

또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반 부닌의 노벨상 수상작 '아르세니예프의 인생'과 유리 나기빈의 '메아리', '청개구리 이야기'에 대한 해설도 볼 수 있다. 

김 교수의 기존 책에서 미처 소개하지 못했거나 미진한 러시아 그림에 대해서도 영상으로 보여주고 소개한다. 유형수를 (시베리아로) 실어나르는 열차 한 칸의 모습을 그린 야로센코의 ‘어디나 삶’은 고통스러울 삶 속에서 희망을 찾아내고, 러시아의 전통적인 봄맞이 축제 ‘마슬레니차’를 소재로 한 그림은 민중들의 삶을 엿보게 한다. 

소련 여자의 영상들. 위는 전철 1호선 탑승기, 아래는 골목긱 학폭/캡처

한-러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유튜버는 유튜브 채널 '소련여자'다. 이미 오래전에 사라진 소련이란 단어로 눈길을 사로잡은 채널이다. 현재 111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소련여자' 크리스는 한국사람 못지 않게 한국의 모든 이슈를 영상으로 커버한다. 바라보는 시각을 '러시아적' 이라고 보기에는 좀 애매하지만, 관심을 끌만한 이슈를 찾아내는 눈이 예리하다. 예컨대, '학폭'이 유행하면 학폭에 관한 영상(서울 골목길 학폭)을, 인종차별적 발언이 난무할 때는 인종 차별을 주제로 영상을 만들어 내보낸다. 외국인(러시아)의 시각이 궁금한 사람들이 찾을 만한 콘텐츠다.

지난 해에는 '내가 사는 서울을 보여주겠다'며 서울 지하철 1호선 탑승기를 올리는 등 외국인의 눈으로 보는 한국적 삶에 대한 접근이 흥미롭다.

최근에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다'며 유전자 검사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 결과, 소련여자에게는 동아시아 유전자 2.68%가 포함돼 있었다. 그중 절반은 시베리아인 유전자였고, 한국인 유전자가 0.02%, 일본인 유전자가 0.01% 였다. 그녀의 유전자 구성으로는 26.46%가 핀란드인이고, 러시아 유전자는 5.15%에 불과했다. 그래서 "러시아 DNA가 5%밖에 없는데 계속 '소련여자'라고 해도 될까? 다음 주부터는 '휘바(핀란드)여자'로 하겠다"라고 말하는 유튜버다. 
 

Anastasia jung 유뷰트 채널 캡처

'소련 여자'와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유튜브 채널 'Anastasia jung'. 한국남자와 결혼해 몸으로 체험하는 한국생활이 주요 콘텐츠다. 한국에서의 일상을 러시아에 전달하는 게 채널 개설의 목적이다. 그녀의 영상을 보고 한국을 찾았다는 러시아 사람들의 반응은 그녀에게 콘텐츠를 계속 만들게 하는 힘이 된다.

그녀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러시아에서 나고 자랐지만 원래 한국인이었던 것 같다"며 한국 음식과 문화도 아주 잘 맞는다"고 했다. 게다가 편리한 데다 안전하기까지 한 한국은 그녀에게 제2의 고향으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아나스타샤는 한국의 뷰티와 패션 콘텐츠가 러시아에서 지속적으로 관심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여성으로 이뤄진 많은 팔로워들이 한국의 어떤 뷰티 제품이 외국인에게 잘 맞는지 물어본다고 했다. "한국의 뷰티, 패션은 항상 인기가 많을 것 같다"는 게 그녀의 결론이다. 

인플루언서 글로벌 협동조합(GIN, Global Influencer Network)은 한국을 러시아에 알려온 아나스탸사를 글로벌 대사로 임명한 바 있다. 

유튜브 채널 hhwang - кто молодец 캡처

한국의 음식 문화를 소개하는 유튜브 'hhwang - кто молодец?!' 인플루언서 황혜현은 중국과 김치 논쟁이 벌어지기 전부터 배추를 수확해 김치를 담그는 과정을 담은 영상을 만들어 올렸다. 그녀가 시청권으로 삼고 있는 러시아CIS 지역에 '김치 문화'를 퍼뜨렸다. 

그녀는 "매해 밭에서 김장 담그는 것을 촬영해 유튜브에 올리고 있다"며 "가장 한국적인 영상이 러시아권에서 인기가 높다"고 말한다. 문화가 달라 외국 시청자들이 거부감을 갖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오히려 자신들의 문화에 비춰 공통점과 재미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신기하다고 했다. 

그녀는 김치 외에도 다양한 한국 음식을 러시아권에 소개하고, 반대로 러시아 음식을 한국에 알리는 '먹방 전령사' 역할을 담당한다. 차이점은 다른 먹방처럼 먹는 행위 자체보다 자연스럽게 식사하는 모습으로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시키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GIN은 황혜련에게도 러시아 글로벌 대사로 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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